한 은행에서 일하는 김모씨(45)는 이달 초 테더(USDT)라는 암호화폐를 사서 클레이스왑이라는 이름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에 맡겼다. 테더와 클레이튼이란 암호화폐를 함께 맡기면 연 56.51%에 달하는 수익을 클레이스왑(KSP)이라는 이름의 암호화폐로 돌려준다. 그는 “하락장에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수하기보다는 이자 수익을 내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며 “입소문을 타고 이런 투자 방식이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예금’처럼 맡기고 정해진 수익을 받는 암호화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암호화폐 변동폭이 커지면서 직접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간접투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하락장에서는 이런 업체들도 손실을 내긴 마찬가지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를 맡기고 이자 수익을 내는 방식은 예치와 스테이킹으로 나뉜다. 스테이킹은 일종의 ‘적금’이다. 수익률이 정해져 있고, 암호화폐는 일정 기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네트워크는 투자자가 맡긴 암호화폐에 비례해 새로운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준다. 이더리움 2.0과 에이다, 솔라나, 테조스, 테라 등이 여기 해당한다. 스테이킹을 위해 네트워크에 맡겨진 솔라나의 가치는 677억달러, 연간 수익률은 6.02% 수준이다.
예치는 암호화폐를 운용하는 회사들이 직접 차익거래나 디파이를 통해 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디파이 이자 수익을 받는 방식은 시중은행과 비슷하다. 디파이 플랫폼에 암호화폐를 빌려주면 디파이 플랫폼은 다른 투자자에게 암호화폐를 빌려주고 대출이자를 받는다. 암호화폐 대출이자 중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암호화폐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예금이자’로 돌아간다.
하지만 암호화폐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먼저 예치상품이나 스테이킹상품에서는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이 아니라 암호화폐 기준으로 수익률을 나타낸다. 예컨대 5% 수익률이라고 하면 원화 기준 5% 수익이 아니라 기존에 맡긴 암호화폐의 5%만큼 얹어서 돌려준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시가가 떨어졌다면 결국 원금은 날아갈 수 있다. 맡긴 암호화폐를 도난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제3의 콜드월렛에 암호화폐를 보관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