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비중은 유지하되 해외 주식 투자를 늘려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이 제시한 2022년 새해 투자법이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여전히 주식 투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에서 벗어난 반도체, 새로운 세계를 연 메타버스 등 유망 테마를 선별한다면 여전히 기회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1년 새 달라진 포트폴리오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국내 21개 운용사 122명의 펀드매니저는 올해 유망 테마로 ‘반도체’를 꼽았다. 이들은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며 “막연한 피크아웃 우려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분기 전망을 시작으로 매 분기 진행된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이번처럼 하나의 테마(반도체·81명)를 향후 주도 테마로 꼽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지난 한 해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주가 새해에 기지개를 켤 가능성이 높다고 본 셈이다. 반도체에 이은 올해 유망 테마로 ‘메타버스’(44명)가 자동차, 게임, 바이오 등을 제치고 다수의 펀드매니저 선택을 받았다.
조정 우려가 큰 종목으로는 지난해 급등했던 2차전지와 정치 테마주를 꼽았다. 메타버스는 새해 기대주인 동시에 조정 우려가 큰 분야로도 지목됐다. “미래 성장 기대치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실적이나 기술 구현 등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년 전 국내 주식과 신흥국, 선진국 주식 비중을 5 대 3 대 2 비율로 추천했던 이들은 올해 포트폴리오를 국내 주식 30%, 선진국 주식 50%, 현금 20%로 제시했다. ‘i의 공포’를 이겨내라펀드매니저들은 올 1분기 코스피지수가 최대 3200까지 오를 수 있고, 조정받더라도 2900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 상단을 3200 이상으로 과감하게 제시한 지난해 조사 때와 달리 응답자의 63%가 3000~3099(29.5%), 3100~3199(32.8%)에서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그만큼 상승 가능성이 높은 테마를 추려내는 작업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란 얘기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여전히 다른 자산에 비해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종목을 추려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 난도가 높아진 만큼 올 1분기 적당한 목표 수익률을 3~5%로 봤다. 1년 전인 2021년 1분기 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6~10% 목표 수익률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것과 대조적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주목해야 할 변수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변수라고 응답한 매니저는 43.4%나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39.3%,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7.9%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재확산(23.8%), 경기 모멘텀 둔화(13.9%) 등도 올해 증시 악재로 예상됐다.
박재원/구은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