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잇따르자 정치권에선 양당의 ‘후보-당대표 관계’가 한 원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투톱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윤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불협화음’을 내면서 지지층의 결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1일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 관계는 역대 후보-당대표 중 거의 최초로 별다른 잡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과거 민주당에선 후보와 당대표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2002년 대선에선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이 집단 탈당한 걸 두고 당시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가 충돌했다. 2012년 대선 땐 문재인 후보가 지도부 인적쇄신론을 제기하면서 대선 막바지에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전원이 총사퇴했다.
비교적 무난한 것으로 알려진 2017년 대선에서도 “겉으로 크게 드러난 건 아니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 측과 추미애 대표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비해 이 후보와 송 대표는 ‘브로맨스(남자들 간의 친밀한 우정)’를 연상시킬 정도로 밀월 관계다. 부동산, 탈(脫)원전 등 이슈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당내 ‘비주류·비문(비문재인)’이란 공통점도 있다. 국민의힘에서조차 “민주당의 단합된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 송 대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조경태 의원, 지난 28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송 대표의 이 후보 감싸기가 볼썽사납다”고 쓴소리를 했다. 송 대표가 이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을 ‘공익적 활동 중 생긴 일’이라고 옹호하는 등 지나친 ‘편들기’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분위기는 민주당과 정반대다. 윤 후보는 이날 충북 단양에서 이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저는 저대로,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각자 역할을 하면 얼마든지 시너지를 갖고 선거 캠페인을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선대위 복귀’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 후 ‘윤 후보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변화를 포함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며 “다만 이건 복귀의 전제조건이 아니고 복귀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