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경 신춘문예] "소설이 최고…더 말라가도 계속 쓸 수밖에"

입력 2021-12-31 16:24
수정 2022-01-01 01:54
“사랑이 최고야. 나머진 그게 안 되니까 하는 거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 ‘풀잎들’에 나오는 말이다. 역시나 그의 영화 ‘우리 선희’에 나오는 “끝까지 파야 돼. 끝까지 파야 갈 수 있고, 가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만큼이나 좋아하는 대산데, 맞는 말 같다. 사랑이 됐다면,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실수 없이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끔 생겨먹었더라면 적어도 이 ‘사람 말리는’ 일에 내 거의 모든 에너지를 할애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딱 남들 반만큼만 행복해졌으면 좋겠는 나는 하루빨리 사랑이 좀 제대로 돼서 더는 소설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안다. 왜냐면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은 소설과 너무 오랫동안 함께 앉고 함께 걷고 한 침대를 쓰다 보니까 이제는 소설이 최고고, 그것만 된다면 나머진 다 안 돼도 그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누가 말려도, 또 지금보다 더 말라가도 계속 쓸 수밖에 없을 테고, 그렇다면 이 부끄러운 긴 글을 내놓는 지금 내가 당신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것뿐이지 않을까.

“다음엔 더 잘 쓸게요.”

그런데, 대체 뭘 믿고, “미안한데, 작가가 되기로 결심, 아니 결정했어”라는 통보를 받고 15년이 다 돼가도록 그 무모한 결정에 대해 단 한 번도 번복을 제안하지 않았던 세 사람, 내 하나뿐인 형 ‘영웅’, 내 하나뿐인 남동생 ‘완’, 그리고 세상 제일 울보인 내 하나뿐인 여동생 ‘진’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아빠도 좋아하겠지?”

■ 최설 씨는

△1977년 경남 고성 출생
△삼천포중앙고등학교 중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