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29·여)은 한적한 동네의 낡은 다세대 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지만 대학 때부터 살아서 익숙해진 그 집이 좋았다. 결혼을 약속한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준 계약직 일자리까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주인 할머니는 집을 팔았다며 방을 빼 달라 하고, 남자친구는 딴 여자와 키스한 뒤 카톡 이별을 고하고,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던 회사는 계약기간 만료를 차갑게 통보한다. 모든 걸 잃은 주연은 살인적으로 오른 서울의 전세 시세를 절감하며 새 집을 구하는데, 보증금 5000만원으로 집다운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의 별채를 그 가격에 살게 해주겠다는 집주인이 나타나는데!
집주인 아저씨는 주연의 사정을 봐줘서 특별히 싼값에 살게 해준 거라고 하는데, 그 집은 다른 집과는 사뭇 달랐다.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기고 간 가구, 가전제품들이 모두 있는 그야말로 풀 옵션이다. 그 집에서 주연은 전 주인이 남기고 간 ‘목욕권’으로 여성 전용 불가마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대중탕 자체를 멀리했던 주연은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위로와 힘을 얻게 되고! 무엇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언니들이 생긴다. 예쁜 목욕 아이템을 색깔별로 사서 자꾸만 주연에게 버리는(?) 이쁜 언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얼음을 문 채 막 문을 사수하는 얼음 언니, 자상한 매점 언니,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의정부 언니. 그들은 서로의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은 채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다.
주연은 그렇게 새 집에 살면서 새로운 썸남도 만나고, 새로운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도 한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집에 살면서부터 자꾸만 가위에 눌리고 헛것을 보는가 하면 악몽을 꾼다는 것. 주연의 눈에 자꾸만 얼굴 없는 여자가 보인다. 눈 코 입이 없는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방을 닦고 또 닦는다. 거기에는 놀라운 비밀과 사랑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 그 비밀에 다가갈수록 위험은 점점 커져가지만, 주연은 굴하지 않고 불가마 언니들과 함께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참나무 장작으로 달군 불가마처럼 뜨겁게 부딪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