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외로운 아이였다.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난하다는 것, 더 정확하게는 가난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외로웠다. 이미 대다수가 풍요를 누리는 시대의 가난은 그렇게 아이를 작은 집 안으로 숨게 만들었다. 그때, 나에게 텔레비전은 최고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수많은 이야기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길을 작은 방 안으로 가져다줬다. 그 작은 상자 안에 무한한 시공간이 있다는 건 일종의 마법이었다. 어린 나는 만화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TV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가리지 않고 봤다.
너무 사랑해서 수십 번은 본 만화 ‘명견실버’, 예쁜 심은하 언니의 눈에서 초록 광선이 뿜어져 나오던 ‘M’, 보고 있으면 나도 꼭 의사가 된 것만 같았던 ‘종합병원’…. 그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물고기’를 보며 나는 다짐했다. 나도 최고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리라고. 연극,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쓰던 10대, 20대 시절을 지나 서른 즈음에 극작가가 됐다.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극장을 찾을 여유가 없는 분들을 생각하면 아쉬웠다. 그분들께도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 다시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한 글에 이렇게 과분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국경제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더 정진해 최고의 이야기로 이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그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누군가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고,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되고, 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길 기도하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 정소정 씨는
△1982년 부산 출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