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준비하는 펀드매니저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테마는 무엇일까.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2021년 12월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바이사이드(buyside)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읽은 증권사 보고서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이들의 관심이 새해 투자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암호화폐와 메타버스, 반도체 등으로 요약됐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를 제공하는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암호화폐가 만드는 미래
12월 한 달간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보고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코인과 NFT(대체불가능토큰), 이것이 미래다’였다. 철도와 인터넷 플랫폼이라는 인프라가 깔리면서 세상이 변화한 것처럼 이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이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가 채권이나 금과 같은 자산군에 관심을 가져야 하듯, 이제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식으로든 가상자산을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면 관련 기업과 펀드에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는 Global X 블록체인 ETF(BKCH), 개별 종목 중에서는 실버게이트캐피털(SI), 코인베이스(COIN), 위메이드, 플레이보이(PLBY) 등을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BKCH ETF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과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라이엇블록체인, 매러선디지털홀딩스 등 채굴 기업과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 반도체 채굴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 등을 담고 있다. 실버게이트캐피털은 실버게이트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인프라를 만드는 데 반도체가 빠질 수 없다. 삼성증권의 ‘2022년 테크 연간 전망: 폭풍을 추격하는 자(Storm chasers)’는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많이 읽은 보고서 2위를 차지했다. 핵심 투자 아이디어는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2021년 반도체 업황은 전망과 반대로 가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상반기에 온다던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오지 않았고, 하반기에는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면서 PC 수요가 둔화돼 ‘겨울’이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특수는 미래 수요를 당겨온 것이니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으로 수요는 늦더라도 꾸준히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관심 종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이노텍 파크시스템스 이오테크닉스 한미반도체 인텍플러스 등을 꼽았다.
신영증권이 내놓은 ‘2022년 전망: 제 4국면, 투자로 간다’ 보고서는 조회수 4위를 차지했다. 신영증권이 제시한 투자 전략 중 하나는 ‘궁즉통(窮則通)’이었다. 극단의 상황에 처하면 해결 방안이 생긴다는 의미다. 극심한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을 거치면서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부족한 부분에 대한 투자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사이클을 만들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 자율주행·전장화 수요, 극단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새로운 반도체 투자의 장을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 iShares 세미컨덕터 ETF(SOXX), Global X 재팬 반도체 ETF, Global X 차이나 반도체 ETF 등을 관심 종목으로 선정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