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 내홍 '난제'…與, '친이반윤' 갈등 부각 주력

입력 2021-12-31 14:56
수정 2021-12-31 14:5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문제를 놓고 연일 충돌하면서 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성 상납 의혹이 불거진 이 대표를 옹호함과 동시에 윤 후보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30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60·70대에 10·20대를 더한 세대포위론, 세대결합론을 이끌어왔더니 이게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지"라며 "선대위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에게 '10~30대는 잡아놓은 고기'라는 인식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모셔놓고 해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해체'하라는 것"이라며 "매머드 선대위는 틀렸고, 이제 말을 새로 뽑아오든지 아니면 개썰매를 끌고 오든지 다른 것을 타고 다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과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그분들은 매머드랑 같이 쉬고 있으면 된다"며 "전체 해체를 해야 그분들도 기분이 안 나쁘다"라며 선대위 해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생각은 이 대표와 달랐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를 두 달 남기고 쇄신하라는 것은 곧 선거를 포기하라는 악의적 공세"라며 선대위 해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조직과 직능 규모, 다양한 국민 바람을 정책으로 반영하기 위한 정책본부가 클 뿐 캠페인의 핵심이 되는 일을 수행하는 조직은 규모가 작아 개편은 없다"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를 옹호하고 윤 후보를 공격했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배후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핵관들이 이 대표를 죽이려고 한다"며 "(이 대표 성상납 의혹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갖는 검찰이 얼마나 장난을 치느냐. 이 대표 사건을 보면 뭔가 의심이 간다"며 "대전지검에서 이 대표 관련 수사자료가 나왔다는데 대전지검은 윤 후보가 신임하던 사람이 당시 지검장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대전지검은 윤 후보의 '최애' 지검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곳"이라며 "가세연의 폭로 타이밍은 기획이 의심될 정도로 기가 막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이 윤 후보 본인이나 윤핵관에 의해 자행됐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자당의 대표가 말을 안 듣는다고 검찰의 수사 자료를 빼돌려서 공격에 나서는 그야말로 검찰 사상 아니 헌정 사상 유례없는 초유의 사태"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선대위를 나가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옹호하고, 윤 후보에게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국민의힘 내홍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성 상납 의혹의 경우)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옹호하는 건 아주 보기 드문 모습으로 사안의 전개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