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필요 없는 세탁기 나온다

입력 2021-12-30 17:44
수정 2022-01-06 16:46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이산화탄소(CO2) 세탁기’와 운전자가 직접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셀프 수소충전소’ 등이 머지않아 등장할 전망이다. 규제에 막혀 출시가 불가능했던 제품들이지만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상용화의 길이 열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2021년도 제6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실증특례 10건, 임시허가 5건 등 총 15건의 규제특례를 승인했다.

실증특례를 받은 LG전자의 ‘CO2 세탁기’(사진)는 물이나 기름 대신 액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자체 연구소 내에 이산화탄소 세탁기를 설치해 2년간 시험 운영에 들어간다. 안전성이 입증되면 일반 상가 내 세탁소에 설치할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액화하려면 상하좌우 8m 이격, 방호벽 설치 등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가정에 이산화탄소 세탁기를 설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심의위는 물을 절약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해외에서 상용화한 제품이란 점을 고려해 실증특례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코하이젠과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는 셀프 수소충전소 실증특례를 받았다. 현행법상 차량에 수소를 충전하는 행위는 운전자가 직접 할 수 없고 관련 법령에 따라 교육을 이수한 직원만 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심야시간대 운영이 가능해져 수소충전소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이 신청한 ‘친환경 폴리프로필렌 전력케이블’도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폴리프로필렌은 제조 과정에서 고온·고압이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를 덜 쓰고 폐기 후 재사용도 가능하다.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 차지인이 신청한 ‘과금형 콘센트를 활용한 V2L 플랫폼 서비스’도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에 판매할 수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그밖에 △공원 자율주행 순찰로봇(도구공간) △공유자전거 차체를 활용한 광고 서비스(서울시) △플라즈마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비츠로넥스텍) 등이 샌드박스 문턱을 넘었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진행하는 규제 샌드박스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산업부와 올해 총 여섯 번의 심의위를 열어 50건의 과제를 승인했다. 임시허가가 13건, 실증특례가 36건, 적극해석이 1건이다. 전체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승인받은 규제특례(96건) 중 절반 이상이 대한상의를 창구로 활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샌드박스 중에서도 대한상의를 창구로 이용해 승인까지 이뤄진 사례가 36건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