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세계 시장에서 그저 그런 중저가 브랜드였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된 데는 뛰어난 제품력 외에 또 다른 비결이 있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삼성 영업맨들의 활약이다.
《위기인가? 삼성하라!》는 윤성혁 전 삼성 아프리카 총괄이 해외 영업 현장에서 경험한 100여 개의 실전 사례를 담은 책이다. 32년의 재직 기간에 미국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 20년을 해외에서 일한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난관을 돌파했던 생생한 과정을 책에 담았다.
첫 번째 미국 주재원 시절, 그는 거래처이자 고객인 IBM 입장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좌충우돌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이기는 것이 삼성에도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이때 배웠다. 고객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핵심 공통분모를 발굴해나가는 파트너십은 두 번째 미국 주재원 시절, 베스트바이와 함께한 일에서 빛을 발했다. 당시 서킷시티에 이어 미국 가전 유통업체 넘버2였던 베스트바이는 삼성 TV의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갔다. 두 회사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 방안을 끊임없이 협의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섰다. 결국 삼성 TV는 글로벌 1위에 올랐고, 베스트바이는 미국 가전 유통 최강자가 됐다.
세 번째 미국 주재원 시절에는 당시 애플 아이폰의 주력 공급자였던 미국 통신사 AT&T를 상대하는 일을 맡았다. 저자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공급했다. 재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신뢰를 쌓았고, AT&T의 갤럭시폰 점유율을 10% 안팎에서 30% 이상으로 키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 해외 근무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급망 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저자는 과거 IBM 영업맨 시절 위기에 시나리오별로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짜는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비상사태를 돌파하는 큰 힘이 됐다. 아프리카 유통사들이 경영 위기를 넘어서고 삼성 TV와 휴대폰 실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32년간 겪은 저자의 영업 현장 기록은 글로벌 초일류로 성장한 삼성의 단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