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의 옥중 서신을 묶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대통령 재직 중에 시행했던 정책에 있어 '사심'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또,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세월호 사건' 대응 과정에서 수많은 루머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부인했다.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도서에는 주로 지지자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걱정과 이에 대한 감사의 내용이 담김 답신이 담겨있다. 책은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수 만통의 서신 중 일부를 추려 엮었다.
스스로 뇌성마비라고 밝힌 지지자는 박 전 대통령에게 "건강과 용기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보냈고, 이에 "용기와 힘을 주신 마음을 잘 간직하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뇌물 수수 혐의나 세월호 사건 관련 루머에 대해서는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 주변 인물에 대한 서운한 감정 등도 책에 그대로 실렸다.
박 전 대통령은 서문에서 "믿었던 주변 인물들의 일탈로 인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들이 적폐로 낙인 찍히고,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며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편지의 회신에서는 "사람의 민낯은 어려울 때 드러난다"고 적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서신의 답장에서는 "대통령으로서 재직 중에 추진했던 정책들을 마무리를 짓지 못한 아쉬운 점도 있고, 조금 부족한 점도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세월호 사건 당시 16세였다는 지지자의 편지에서 "세월호 사건은 대통령님 탓이 아니다"라고 하자 "세월호 침몰 당시 저와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며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다"고 했다. 대구 지지자의 편지에는 "대구는 정치적 고향"이라며 "대구 시민 여러분을 꼭 찾아뵙고 싶다"고도 답했다.
이 책에는 이번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특정인을 향한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다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 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하는 내용에 대한 언급은 담겼다. 지지자가 '증오의 대상인 윤석열이 조국의 처를 기소하다니 무슨 뜻인지'를 묻자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며 "거짓말이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