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사전 웹스터는 리조트의 어원에 대해 프랑스어 고어인 resortier에서 유래한 단어로 풀이합니다. 리조트라는 말이 대단히 낭만적인 뜻일 것 같지만 실상 방문한다는 의미 정도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사람이 통상적으로 자주 찾는 장소 혹은 사람들이 도움이나 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수단 등으로 해석합니다. 원래의 뜻에 비추면 리조트는 대단히 사무적인 공간이나 셸터(피난처)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리조트는 일정 기간 일상을 떠나 풍경이 좋은 지역에서 휴양하며 자연을 즐기기 위해 머무는 곳입니다. 남부유럽 지중해 연안에서 기업인들이 콘도미니엄을 복리후생용으로 사용한 게 리조트의 시초라고 합니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휴양지의 분양식 콘도미니엄으로 발전했습니다.
국내 리조트는 1982년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에 문을 연 100실 규모의 한국콘도가 효시입니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콘도는 골프장 회원권과 함께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콘도 분양가격(744만원)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차 아파트 분양가(850만원)와 맞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콘도는 단순한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골프장과 대형 물놀이시설, 스키장 등을 아우르는 복합레저시설로 변신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리조트는 휴양콘도업으로 분류하는데 전국에 237개 영업점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전인 2019년은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 건설이 시작된 원년이기도 합니다.
리조트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일반적인 대중 휴양시설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또 한 번 변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소규모 테마여행이 코로나 시대의 여행 패턴이 되면서 리조트도 시설을 고급화하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개별 공간을 만드는 게 트렌드가 됐습니다. 고급 해외여행 수요가 발이 묶이면서 특급호텔 숙박비보다 몇 배 비싼, 1박에 1000만원짜리 국내 리조트도 생겨났습니다.
최근 새로 짓는 리조트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시설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원격 재택근무가 보편화하고 업무와 주거 공간 구분이 사라지면서 리조트가 이른바 대체 사무실(alternative offices) 개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리조트는 더 빠르게 변신할 것입니다. 더욱 첨단화하고 이용객의 취향을 섬세하게 맞춰줄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리조트의 고전적 의미인 피난처나 안식처만으로도 그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