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티알오토모티브, 두산공작기계 자금 모집 '난항'

입력 2021-12-31 10:28
수정 2022-01-03 09:59
이 기사는 12월 31일 10: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조4000억원 규모의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하는 디티알오토모티브가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래 종결도 당초 계획(내년 1월28일)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티알오토모티브는 지난 8월 MBK파트너스로부터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3개월째 자금 모집 중이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디티알이 자체적으로 약 2000억여원의 자금을 충당하고, 나머지 2조1660억원은 인수금융 등 외부 자금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다. 선순위 인수금융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7300억원, 우리은행이 2000억원을 주선하고, 중순위 메자닌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투PE와 M캐피탈이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하기로 했다. 나머지 3000억원은 우리은행 주선으로 단기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그러나 선순위와 메자닌 펀드에 참여하기로 한 금융기관들이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와 KB증권은 시장에서 신디케이션론(여러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빌려주는 것) 모집을 하고 있으나 아직 승인 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LTV가 60% 인데다 4%대 수준인 금리 조건도 좋지 않아 시장의 반응도 탐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B증권의 경우엔 조건부 LOC를 제출하면서 KB은행도 참여하기로 했지만, KB은행이 막판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한투와 KB증권은 전체 자금을 인출한 뒤 나중에 재매각(셀다운) 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중순위 메자닌 펀드 역시 한투PE가 2000억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출자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들이 투자를 꺼리는 데에는 거래 규모에 비해 부실한 디티알오토모티브의 재무여력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앞서 이번 자금 조달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과도한 차입계획 등에 따른 우려로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예측 결과 1080억원(2년물 560억원, 3년물 520억원)의 청약만이 들어왔다. 팔리지 않은 물량은 발행 주관사가 나눠서 인수하게 되지만 당초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까지도 생각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전체 인수금액의 레버리지가 너무 높은데다, 거래 구조 상으로만 봐도 선순위 규모가 너무 크고 에쿼티도 대출인 구조”라며 “지금처럼 두산공작기계의 실적이 계속 유지된다면 다행이지만, 나중에 실적이 꺾일 경우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시장에서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