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과 관련, “영장에 기초한 집행”이라며 민간사찰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공수처의 존폐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언론에선 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를 민간사찰로 단정하지만 이는 영장을 통해 이뤄졌다”며 “독립적인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존폐 문제에 대해선 (내가) 왈가왈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로 오랫동안 지적받고 있으니 공수처에서 직접 설명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통신기록을 조회한 사람은 250여 명으로 알려졌다. 주요 언론사 기자만 120명이 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78명,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0여 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공수처의 수사와 관련 없는 민간인 비중이 크다 보니 사찰 의혹에 불이 붙고 있다. 공수처가 영장을 통해 통신기록을 확보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을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재설계’를 통해 정보 수집과 검증이 분리된 정보담당 부서를 만들 계획이다. 박 장관은 “정보 수집은 오로지 수사만을 위해 진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보의 적정성과 질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에 이어 대검의 정보수집 권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정보담당관실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맡는 조직으로 여겨져왔다.
박 장관은 다음달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중대재해 관련 태스크포스(TF) 운영, 양형 전문성 강화, 일선 검사 및 고용노동부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예로 들면서 “해당 법이 그동안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점을 많이 보충해 법적으론 잘 정리돼 있지만 집행과 양형은 여전히 엉터리”라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집행과 양형 관련 정확한 통계와 사례 분석을 거쳐 양형 기준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검사를 발탁하고 싶다는 의향도 보였다. 박 장관은 “현재 광주고검과 대전고검 차장검사 자리가 비어 있는데 중대 안전사고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관심도 많은 검사를 발탁하고 싶다”고 했다. “보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목소리에 대해선 “세부적인 과제들이 남았지만 모든 내용을 법에 담기는 어렵다”며 “제대로 된 집행과 양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