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독감 같은 풍토병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변이에 노출되면 혈액 속에 델타 변이를 차단하는 항체가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보건연구소(AHRI)에 따르면 알렉스 시걸 소장은 오미크론이 유행할 때 코로나19에 걸린 환자 15명의 혈액 속 항체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증상이 생긴 직후와 2주 뒤 항체 값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항체는 2주 뒤 14.4배로 증가했다. 델타 변이 항체 수치도 4.4배로 높아졌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일수록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항체의 중화 반응은 더 고르게 향상됐다. 시걸 소장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델타 변이에 재감염될 위험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오미크론 중증도가 낮다면 팬데믹 양상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를 독감 등 풍토병과 다른 질환으로 여기고 대응한 것은 기존에 없던 신종 바이러스인 데다 사망 위험과 전파력이 모두 높아서다. 신종 감염병은 해당 질환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없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가 위력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다른 변이 확산을 막는 데다 중증도까지 낮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변이를 가볍게 앓고 난 사람이 다른 변이가 퍼지는 것을 막는 면역 장벽을 쌓아줄 수 있다. 백신 접종으로 고위험군 중증도까지 낮추면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영국에선 이런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존 벨 옥스퍼드대 의대 교수는 “오미크론은 1년 전 우리가 본 것과 같은 질병이 아니다”면서 “높은 코로나19 사망률은 이제 역사가 됐다”고 했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영국에서도 입원 환자가 늘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입원 기간은 평균 사흘 줄었다.
다만 이런 결과가 오미크론 자체의 중증도가 낮아서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이전 유행 때보다 백신 접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엔데믹을 위해 아직 갈 길도 멀다. 또 다른 변이가 출몰할 가능성이 남아서다. 칼 피어슨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감염 질환 특성상 특정 변이가 모든 변이를 누르고 쉽게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