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붙이고 손가락에 끼면…아픈 곳 알려주네

입력 2021-12-29 17:36
수정 2021-12-30 01:48
혈액, 분변을 이용하거나 콧속을 긁어 검체를 확보하던 체외진단 방식이 바뀌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잇따라 검사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진단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의료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신기술의 활용도가 주목받고 있다.

라파스는 “미세바늘을 이용한 바이오센서 개발에 성공해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라파스는 약물이나 화장품 성분을 미세바늘 형태로 만든 뒤 이를 패치 형태로 피부에 붙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의약품, 화장품 개발에 쓰던 이 기술을 진단 검사용으로 확장했다. 미세바늘에 전기가 흐르도록 한 뒤 피부 내 전기신호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바늘을 이용해 생체 내 전기신호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일부 기업은 금속 재질로 된 전극을 바늘 끝부분에 삽입해 생체신호를 분석하는 방법을 써왔다. 이 경우 피부 침투 시 바늘이 부러지거나 금속이 부식돼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라파스는 금속이 아니면서도 전기 전도율이 높은 고분자 소재를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피부 상태를 확인하거나 특정 질환의 발병 여부를 검사하는 데 미세바늘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새 기회를 찾은 진단업체도 있다. 스카이랩스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과 연계해 손가락에 끼는 의료기기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반지 모양 의료기기인 ‘카트원 플러스’는 내부 센서를 이용해 심박 수, 심전도는 물론 산소포화도까지 측정 가능하다. 측정된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자동 전송된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더라도 호흡 곤란 증상을 즉각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산소포화도를 상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이번 실증사업으로 유효성을 입증한 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적용 대상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국동은 사람의 날숨에서 바이러스를 포집하는 의료기기로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품 등록을 마쳤다. 지난 10월엔 유럽 CE 인증도 획득했다. 이 제품으로 채취한 바이러스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자진단 기업인 바이오젠텍과 지난 1일 진단키트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날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해지면 의료진 대량 검사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