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체 태광산업 주가가 하루만에 8% 급등했다. 지분 5%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행동주의 투자를 확대하면서, 태광산업의 배당정책도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태광산업은 4640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만 시가배당률은 0.2%에 머물고 있다.
29일 태광산업은 8.16% 오른 107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승률 8위를 기록했다. 몸집이 무거운 태광산업이 상승률 최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트러스톤이 BYC를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 압박에 나선 효과가 태광산업에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러스톤은 지난 6월 태광산업 지분 5.01%를 확보하고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했다. 주식 보유목적에는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가 있다. 일반투자는 단순한 시세차익 추구를 넘어 배당 증액 요구, 임원 해임청구 등 적극적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의 보유목적을 더 높은 단계인 ‘경영참여’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러스톤은 내복업체 BYC가 자사주 소각, 배당 증액 요청 등을 무시하자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고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트러스톤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지난 23일 BYC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태광산업은 3분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640억원에 달한다.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1000~2500억원이다. 하지만 시가배당률은 0.2%로 사실상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이 3~5%의 배당률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태광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23%다. 벌어들이는 돈이 주주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 때문에 태광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7배에 그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24배로 ‘초저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금이 많으면 배당을 지급하거나, 신사업에 투자해야 하지만 태광산업은 어느쪽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