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10억씩 오르고 1억원 떨어지면 그게 하락한겁니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으며, 하락 움직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 보도에 달린 누리꾼의 댓글이다.
정부가 연일 힘을 쏟는 집값 고점론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29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이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떨어진다는 말에) 5년을 속았는데 어떻게 믿겠느냐"고 지적했고 다른 누리꾼도 "국토부 장관이 떨어진다고 하면 오른다. 다시 오르겠다"며 비판했다. "정부 반대로 가면 돈 번다", "노반꿀(노형욱 반대로 가면 꿀)이 대세"라는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 장관은 지난 27일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최근 주택시장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주택 시장의 추세적 하락 움직임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젠가는 조정이 온다"며 "과거 하우스푸어가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집값 하락을 경고한 바 있다. "시장 지표나 전망을 보면 하방 압력이 굉장히 강하다. 추격 매수를 재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는 정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가격 하락 사례가 확산되는 등 하향 안정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거론했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추격매수를 자제하라고 강조해왔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끊임없이 올라가는 물가는 없다"며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게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고 집값 하락을 경고한 바 있다.
정부의 경고대로 최근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일부 지역에서 하락 조짐도 포착된다. 하지만 그동안 오른 집값에 비하면 하락폭은 미미하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매매가격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14.97% 오르면서 2002년(16.43%)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2002년은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졸업한 이듬해로, 공급 부족과 저금리 등이 겹쳐 주택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8%에 달했다. 서울은 16.40% 올라 2006년 24.1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인천은 32.93%, 경기는 29.33%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5월 대비로는 서울과 인천, 경기 아파트값이 각각 61.06%, 45.63%, 53.84% 상승했다. 이 기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뛴 곳은 노원구로, 77.57%가 올랐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 가격이 최대 4억원까지 하락했다고 지목한 주요 아파트들도 올해 하반기 신고가를 기록했던 아파트들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9월 당시 8·4 공급대책 효과에 가격이 하락한 곳으로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24억4000만원),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8억9500만원),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전용 59㎡(11억원), 상계동 불암현대 전용 84㎡(5억9000만원) 등을 지목한 바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10월 3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홍 부총리가 거론한 가격에서 12억2000만원 상승한 액수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도 지난 9월 12억7500만원에 거래됐고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전용 59㎡는 지난 9월 17억원에 팔렸다. 상계동 불암현대 전용 84㎡ 역시 10월 8억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지 모두 올해 하반기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1~2개월 사이 거래가 줄고 가격이 조금 하락한 게 큰 의미가 있냐는 누리꾼들의 문제제기가 힘을 얻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집값이 하락할 테니 사지 말라고 말해왔다. 그 결과가 이렇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집값이 하락할 테니 추격매수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지금은 경고가 아니라 자신들의 실수로 올린 집값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공급은 부족하고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요인이 없다"고 경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