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100조 추경하자니…금액부터 정해두는 건 난센스"

입력 2021-12-28 17:41
수정 2021-12-29 02:58
여야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0조원 추경 편성 운을 띄운 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00조 추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힘을 실었다. 그러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즉시 협의하자”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공약 검증에 나선 싱크탱크 프롬100 검증위원들은 이런 여야 후보의 ‘100조 추경론’에 난색을 보였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며 “현재 민생 경제가 국가재정법상 전쟁에 준하는 위급한 상황인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추경이 이제는 완전히 버릇처럼 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용을 봐야지 몇 조원을 쓸 것인지 정해두고 논의를 시작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결론적으로 국가부채를 늘릴 것이고 언젠가는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이제는 미래 세대의 동의를 받을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검증위원들은 추경을 하더라도 ‘보편 지원’이 아니라 ‘선별 지원’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장열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00조원의 숫자가 나온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면서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경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연 50조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가 주도할 정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연 50조원이면 한국의 연간 국방비와 맞먹는 규모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정된 정부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매년 이렇게 큰 규모로 부담하는 건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을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위원 간 평가가 엇갈렸다. 최 교수는 “소비자에게 10%(상품권 할인율) 소비 보조금을 주면서 소비를 늘리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역화폐를 전국 모든 지자체가 발행한다면 간접 지원효과에 그치는 것 아니냐”며 “결국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와 백신 패스에 대해 이 후보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윤 후보는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검증위원들은 “방역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영업시간 제한 등 일부 규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김장열 교수는 “거리두기는 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9시 이후로 영업을 막으면 밤에만 장사하는 자영업자에게 너무 큰 피해가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내 입장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의진/조미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