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학부 수업에서 만난 한 학생의 일이다.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는 학생이 있어 위로하고 상담해주며 한 학기를 마쳤지만 종종 걱정이 됐다. 그런데 방학을 보내고 이 학생이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엄청 그을린 피부,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밝아진 얼굴로 수업에 참여했다. 방학 동안의 일을 물어보니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다녀왔다고 했다. 본인의 힘든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시선을 외부로 돌려 재능을 나누는 가치 있는 일을 실천함으로써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것이다. 학생을 보며 매우 대견하고 기뻤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요즘 우리 학생들과 젊은 동창들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껴 추켜세우고 싶은 일이 있다. 얼마 전 작년 한 해 우리 대학의 기부금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해 동안 우리 대학에 기부금을 낸 개인기부자 4155명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했다. 학교에 기부금을 내는 동창들은 나이 지긋한 동창회 회원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일이었다. 2019년도에도 마찬가지로 2030 기부자가 전체 개인기부자의 46%에 달했다. 매우 감동스럽고 한편으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하는 경험 그 자체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우리 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
MZ세대는 기부도 소비의 일환으로 여긴다는 기사를 최근 본 적이 있다. 소비나 활동을 할 때 ‘가치’ 있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요즘 MZ세대의 기부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이런 욕구는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수고스럽게 광고를 클릭해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기도 하고, 내가 걸은 걸음 수만큼 기부가 되는 앱을 깔기도 한다.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선행을 한 소상공인을 찾아가 ‘돈쭐’을 내주기도 한다. 구매 자체가 바로 기부로 이어지는 MZ세대의 능동적 기부라 할 수 있겠다.
MZ세대의 이런 생활 방식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왔던 ‘나 하나쯤이야’ 하는 사고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이다. 작은 나눔도 소홀히 하지 않는 마음이 십시일반의 기적을 만든다. 각자가 지닌 몫에 따라 크든 작든, 꼭 금전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눔’이라는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사회에 가득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시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도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는 물론 자기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기부는 일정 금액 이상 돼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면 MZ세대에게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다. 내가 가진 것 중 아주 조금만 떼어 나눠본다면,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