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률 5.6%는 한전의 눈속임…실제론 7.9% 오른다

입력 2021-12-28 17:33
수정 2021-12-29 03:06
내년 2분기부터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한 한국전력이 인상률을 의도적으로 실제보다 낮게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전은 내년도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이 올해에 비해 5.6%(1950원)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인상률은 7.9%(3590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분을 계산하는 방식과 기준을 왜곡해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전은 내년 4월과 10월에 전기요금을 각각 ㎾h당 6.9원, 4.9원 올리겠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 부담’은 올해보다 1950원(5.6%)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을 304㎾h로 가정해 추산한 결과다.

하지만 내년 4월 전기요금이 ㎾h당 6.9원 인상되면 한 달에 304㎾h의 전기를 쓰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2100원 오르게 된다. ㎾h당 4.9원이 더 오르는 10월엔 월 전기요금이 1490원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내년에 총 3590원 오르는 셈이다. 한전에 따르면 304㎾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현재 기준 전기요금은 4만5350원이다. 인상률은 7.9%로 계산된다.

한전이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률과 실제 인상률이 이처럼 차이 나는 것은 한전이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 내년 1~3월까지 포함해 ‘연간 기준 월평균’ 인상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면 항상 변동 시점을 기준으로 변동폭을 발표해왔다. ‘연간 기준 월평균’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전기요금 인상률이 5.6%에 불과하다고 내세우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폭을 최대한 작게 보이게 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전은 “전기요금을 4월과 10월에 나눠 인상하기로 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발표해온 과거와 달리 기간 평균 인상률을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전기요금 구성 항목 가운데 연료비 변동분을 분기마다 반영하는 ‘조정단가’는 인상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당 분기가 되기 직전월에 인상률을 계산하지만, 1년에 한 번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항목인 ‘기준연료비’는 변동폭이 커 불가피하게 2회에 나눠 인상했다는 게 한전 설명이다. 한전은 인상률이 10%를 웃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전이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을 304㎾h로 설정한 것도 논란이다. 한전은 지난 1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줄곧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을 350㎾h로 가정하고 국민의 비용부담이 어떻게 변하는지 발표해왔다.

한전이 그동안 써온 기준과 같이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을 350㎾h로 설정하면 내년도 전기요금 부담 상승폭은 4130원에 이른다.

한전은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 기준을 350㎾h에서 304㎾h로 바꾼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데이터 가운데 가장 최신 데이터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3년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에너지총조사 자료에 나오는데, 가장 최신 자료인 2017년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304㎾h라는 설명이다. 350㎾h는 2014년 기준이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가정 내 전력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기 사용량이 줄어든 기준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