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월세의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의 세 부담까지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8일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KB 월세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100)으로 삼아 전용면적 95.8㎡ 이하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가격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해 7월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매달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과 경기의 월세지수도 상승세다. 인천 월세지수는 지난달 109.1에서 이달 110.0으로, 경기는 지난달 108.1에서 이달 108.6으로 올랐다.
월세 실거래가도 오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는 지난 4일 보증금 1억원에 월 400만원의 월세로 계약했다. 지난 10월 보증금 1억원, 월세 360만원과 비교해 두 달 만에 월세가 40만원 뛰었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9989건 중 ‘월세가 낀 거래’는 41.9%인 4181건에 달했다. 이전 최고치인 8월 거래 비중(41.3%)을 뛰어넘었다. 월세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낀 거래는 이날까지 총 6만5761건으로,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6만630건)을 넘어섰다.
종합부동산세 등 내야 할 세금이 크게 오른 다주택자들이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하면서 월세지수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세 자금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임시방편으로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도 늘어났다. 월세 인상에 따른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