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업계가 '요리 셀럽'과 함께 협업해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튜브 활성화 등으로 요리 셀럽의 영향력이 커진 데다 이들과 협업하면 초기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셀럽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 규모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는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지고 상품이 다양해지는 만큼 제품 차별화와 효율적 마케팅을 위해 업계는 유명 셀럽과 협업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례로 최근 hy(옛 한국야쿠르트)는 KBS2TV '신상출시 편스토랑' 크리스마스 특집편 우승 메뉴 '사과치킨크림파스타(사치닭)'를 밀키트로 선보였다.
이 방송에서 배우 류수영은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과를 섞은 크림소스와 닭가슴살을 주재료로 이탈리안 파스타를 만들었다. 지난 24일 류수영이 이 메뉴로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 이후 한 주도 안 돼 이 제품이 HMR 제품으로 출시된 것이다.
유명인이 방송에 출연해 선보이거나 직접 먹은 제품이 시중 HMR 제품으로 출시된 사례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다.
롯데홈쇼핑은 2019년 걸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이름을 붙인 '화자카야 소곱창' '화자카야 소막창'을 방송에서 선보였다. 제품은 한 중소 식품업체가 만든 것으로, 당시 화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곱창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며 '곱창 대란'을 일으킨 게 론칭 계기가 됐다.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인과 관련된 상품만 HMR로 제조된 것이 아니다. 프레시지는 이달 초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협업해 국수 밀키트 2종을 선보였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에서 각각 280만 조회수와 135만 조회수를 기록한 '오징어 비빔국수'와 '차돌 된장국수' 영상의 레시피를 구현해낸 제품이다.
업계는 이 같은 셀럽과 HMR 업계의 잇따른 협업 상품 출시 이유로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꼽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명인과 협업해 제품을 출시하면 초반에 드는 막대한 비용 없이도 그들이 보유한 팬을 통해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프레시지가 박막례 할머니와 협업해 처음 출시한 ‘박막례 비빔국수’는 라이브 방송 1분 만에 2만1000개가 전량 완판 됐고, 지난달 출시한 '박막례 국물 떡볶이'는 방송 2회 만에 7만개가 동 났다.
이러한 이유로 레스토랑과 협업한 간편식(RMR) 상품 중에서도 유명셰프와의 협업 상품이 특히 잘 팔리고 있다.
지난해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유명 셰프 협업 RMR 제품 매출은 2017년 대비 54배 뛰었다. 같은 기간 일반 RMR 상품 매출은 45배 성장해 유명 셰프 협업 상품의 판매량 증가폭이 더 컸다. 특히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집 연희동 목란과 협업한 RMR 제품은 지난해 11월 마켓컬리에 처음 입점한 뒤 1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HMR 시장이 커지는 만큼 셀럽과의 협업 상품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HMR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중과의 소통에 능한 유명인과의 협업 상품 출시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