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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성이 큰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은 무엇일까. 정부의 수혜를 누릴 ‘확실한’ 산업을 택하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이 쉽게 바뀌지 않을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중국의 닝보오리엔트(상하이 603606)가 주목받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확대되면서 혜택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최근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XLPE 케이블과 고압 케이블을 모두 만들 수 있는 기술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기술력닝보오리엔트는 1998년 설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케이블 기업이다. 사업부문은 크게 육상케이블, 해저케이블, 해양공정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비중은 각각 52.1%, 43.1%, 4.5%다. 경쟁사에 비해 해저케이블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경쟁업체인 지앙수종티엔테크놀로지의 경우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해양산업의 매출 비중이 10%에 그친다.
해저케이블은 바다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해상풍력 건설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인프라 설비다. 육상케이블과 달리 바다에 설치되기 때문에 물, 염분, 압력에 견딜 수 있는 고난도 특수 코팅과 설계 능력이 요구된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한정적이어서 기술 장벽이 높아 마진율이 높다.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닝보오리엔트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란 평가다.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해양엔지니어링용 복합 케이블인 엄빌리컬케이블을 제조·생산할 수 있는 업체다. 중국 기업 최초로 500㎸(킬로볼트) 해저케이블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기도 했다.
케이블 기술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케이블 기술은 전력 손실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여가기 위해 OF 케이블에서 손상이 덜한 XLPE 케이블로, 저압에서 고압 케이블로 대체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 중에서 XLPE 기술과 초고압 케이블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닝보오리엔트를 포함해 단 두 곳뿐이다. 확실한 뒷배 중국 정부뒷배도 확실하다.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 바람에 뛰어들었다. 작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2030년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가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월엔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13.5%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장이 주목된다. 신규 석탄발전소 등의 설립이 제한된 상황에서 연안 인근에 있는 지역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 전력발전은 해상풍력이라는 것이다.
지방정부도 적극적이다. 8개 지방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 해상풍력 신규 목표 용량을 46.5GW(기기와트)로 제시했다. 중국 전체 설비 용량(10GW) 대비 3배 이상 많다.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5년간 연평균 40%에 달하는 수요 증가는 이미 확보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동부 연안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양호한 점도 향후 성장성에 기대를 더한다. 매력적인 펀더멘털다만 주가 흐름은 매력적이지 않은 편이다. 지난달 60.10위안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40위안 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탄한 펀더멘털과 신규 시설 증대 등을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올 3분기 수주 잔액이 64억위안으로 지난해 매출(50억5000만위안)을 크게 웃돌고 있다. 내년 2~3월 가동될 증설 사업도 호재로 꼽힌다. 30억위안 규모의 신규 증설이 예정돼 있고 현재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상황이어서 실적에 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시나파이낸스에 따르면 최근 9개 중국 증권사가 닝보오리엔트에 ‘강력 매수’ 등급을 매겼다. 야후파이낸스는 닝보오리엔트의 목표 주가를 49.90위안으로 제시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