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선언한 '골때녀', 출연진은 PD 교체 기사 보고 알아 [이슈+]

입력 2021-12-28 14:11
수정 2021-12-28 14:12


경기 과정을 조작해 논란이 된 '골 때리는 그녀들' 측이 제작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내놓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열심히 땀흘린 출연진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SBS 측은 '골 때리는 그녀들' 조작 논란 이후 감독, 선수 등 출연진에게 양해나 상의 없이 제작진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몇몇 관계자들은 "기사를 보고 나서야 메인 연출자가 빠진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며 "따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SBS는 입장문을 내고 "시즌 1·2의 모든 경기를 자체 조사한 결과 일부 회차에서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지난 22일 방송분 뿐 아니라 시즌1부터 조작이 있었다는 것. SBS 측은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환골탈태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29일 결방을 결정했다.

SBS 측에 따르면 '골 때리는 그녀들'은 득점과 승패 결과를 뒤집은 적은 없지만, 득점 순서를 조작해 왔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설을 맡은 방송인 배성재를 비롯해 감독으로 출연한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등에게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됐다"는 것.

다만 일각에서는 예능 시스템을 잘 몰랐던 출연진이 제작진의 "이래야 재밌다"는 말에 "같이 속은게 아니겠냐"는 반응도 나왔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는 예능에 익숙한 개그우먼, 방송인들 뿐 아니라 이전까지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포츠 스타, 배우, 모델, 외국인 등도 대거 등장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처음에 방송을 보고 골 득실 순서가 다르다는 걸 알고 물어봤는데, 예능은 다 그런 거라고 하더라"라며 "예능을 잘 모르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출연자들이 어떻게 제작진에게 '감히' 문제 제기를 하겠냐"면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니 제작진의 결정(득점 순서 조작)이 맞았다고 생각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배성재는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 중계 중 잠깐 쉴 때 쪽지 같은걸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한다"며 "언제 경기인지를 모르고 그냥 사실 보이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읽었다"고 후시 녹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1년 동안 그래왔고 근데 그 부분이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는 상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병지 역시 지난 26일 라이브 방송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유감이라고 밝히면서도 일부러 득점을 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하는 방식의 조작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