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대응은 사태 더 키워"...문제직원 대처 '똑똑하고 당당하게'

입력 2021-12-28 17:37
수정 2021-12-29 13:26


한 해를 정리할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올해 노동시장에는 기업들의 관심을 끈 대형 이벤트가 많았다. 몇 가지 들어보면, 대법원은 최근 1년만 재직한 근로자에게는 다음해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파장을 일으켰다. 원청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도 있었다. MZ세대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의 출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단발성 이벤트는 아니지만 연중 내내 모든 기업 관심사였던 이슈, 비유하자면 오래 그리고 깊게 타는 속불 같은 이슈가 있다. 바로 '문제직원 대하기'가 그것이다.

문제직원이라 하면 인격과 윤리상 결함으로 상시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물의에 대한 조사, 확인, 수습과정에서 사내 기강과 기업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직원이라고 이해하면 적절하다. 단순한 비위직원과는 물의를 일으키는 원인, 파장, 대응상 어려움 등에서 구별된다. 예를 들어 본다.

#A상무는 부하직원들에게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폭언을 하고 급기야 장난(?)으로 BB총으로 플라스틱 총알을 발사,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하였다. 하지만 직원이 장난에 과잉 반응한다고 항변하면서 그동안 모든 폭언 등 사실을 부정하고, 보복을 암시함으로써 조사 협조를 거부한다.

#B부장은 저성과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 내용을 근거로 직근상사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하고, 인사담당자를 해고 강요로 고소하고, 기업에 위자료 배상 청구를 한다.

#C대리는 상사와 다른 영업직원과 공모하여 협력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아 왔는데, 그 사실이 발각되자 관여한 상사 등과 집단으로 일부 업무 관행상 신고 누락을 심각한 비리로 포장, 당국에 신고하고 언론 인터뷰를 한다.

#운전기사 D는 사장에게 장기간 부당 처우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녹취내용을 알리고 언론 폭로를 위협하며 거액 위로금을 요구한다.

위 A 상무, B 부장, C 대리, 운전기사 D가 문제직원이다.

문제직원은 최근 갑자기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기업은 문제직원 대응에 고심해왔고, 시중에는 문제직원을 다룬 도서도 다수 나와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difficult employee'를 키워드 검색하면 유튜브 클립이 우수수 뜬다. 그러나 문제직원 이슈는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대응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언론을 통해 문제직원 이슈가 외부에 알려진 기업도 많고, 그보다 훨씬 많은 기업이 올해 문제직원 대하기에 버거워하고 현명한 대응책 찾기에 고심했다.

문제직원 이슈가 악화된 근본 원인으로는 사내 연대의식 약화, 삐뚤어진 개인주의 확산 등이 있다. 가깝게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금지가 법제화 되고 자리잡는 등 사회환경 변화도 있다. 이제 기업이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을 한 직원을 신속히 조사하여 인사조치하고 그 조사 및 인사조치 과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 결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범하여 신고대상이 되거나, 반대로 허위 신고 등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문제직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문제직원 신고가 늘어나고, 기업의 공정한 조사와 처리에 관한 기대, 욕구가 높아졌다. SNS, 인터넷 언론을 통하여 문제직원의 행위가 급속도로 전파됨으로써 기업 평판이 하락하고 당국 조사와 제재를 받을 위험이 커졌다. 실제 일부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직원 자살이나 상급자 성희롱이 문제되어 노동청 특별 근로감독을 받고 언론으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기도 하였다.

물론 기업은 문제직원에 대해서도 행위 시정과 잘못에 비례한 대응에 집중함이 마땅하고, 인격에 상처를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직원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문제를 야기하기보다는 주로 인격 미성숙과 윤리의식 부재로 인해 반복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특수성도 직시해야 한다. 문제직원은 기업이 합리적으로 대응해도 승복하지 않고 부당한 주장을 계속하며, 예상을 벗어난 극단적 방법으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인사질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인 비위직원보다 훨씬 수준 높은 준비와 주의를 기울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업은 문제직원 대하기에 서툰 경우가 아주 많다. 의사결정권자는 대체로 문제직원 특수성에 대한 이해나 노동법 지식이 부족하고, 특히 기업 역사가 짧고 급속히 성장한 기업일수록 이해수준이 낮고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기업은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사 방법상 제약이 있는데, 이 제약을 무시하고 무리함으로써 문제직원으로부터 역공을 당한다. 해고 등 인사조치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데 그 입증은 쉽지 않다. 다수 문제직원이 있으면 서로 결탁해서 정보를 교환하면서 기업에 맞서기 일쑤라 더욱 대응이 어려워진다.

기업은 문제직원을 '똑똑하고 당당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똑똑한 대응은 문제직원을 다루는 과정에서 대두되는 중요 쟁점과 법률이슈를 이해한 바탕 하에 이루어지는 대응이다. 특히 경영자가 본인의 제한적 경험에 근거한 편의적 해결책을 인사 및 법무담당자에게 요구하여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 종종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혐의를 입증할 다른 수단을 충분히 찾지 않고 징계를 서둘러 징계가 무효화 되거나(위의 예에서 A상무의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 정당한 권리행사와 구별되는 이유를 세심하게 파악함이 없이 무차별한 법적 조치를 이유로 섣불리 해고하여, 해고가 무효가 되고 분쟁을 더욱 장기화 하는 것(B부장의 경우)은 그 예이다.

또 기업의 문제직원 대응은 기본적으로 당당해야 한다. 당당한 자세는 눈 앞의 위험만 피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 또 공정성을 염두에 둔 대응을 선택하는 자세이다. 문제직원 대응상 발생하는 불가피한 위험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때로는 감수하면서 원칙을 지켜내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예컨대 불합리한 관행 자체를 섣불리 부정하여 정당한 문제제기도 묵살하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거나 (C대리의 경우), 조기 해결에 집착하여 협박을 조건 없이 수용하여 기대수준을 더 높이고 위기상황을 장기화 하는 것(운전기사 D의 경우)은 당당한 자세가 아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