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에서 민간 아파트 49만여 가구(분양 기준)가 공급된다. 특히 서울에서는 올해보다 여섯 배가량 늘어난 5만2000여 가구가 선을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위주인 서울 지역 분양이 올해에서 내년으로 대거 연기돼서다. 다만 분양가 산정,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등 변수 때문에 내년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둔촌주공, 이문1·3구역 등 서울 분양27일 한국경제신문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공동으로 조사한 ‘2022년 주택공급 계획’에 따르면 내년 아파트 공급 물량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여섯 배 늘어난 5만2085가구가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공급 물량을 보면 2017년 4만2054가구를 찍은 이후 △2018년 2만1353가구 △2019년 2만5800가구 △2020년 2만8675가구로 2만~3만 가구 수준을 지속하다가 올해 8673가구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권에서는 단일 단지로 국내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 재건축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가 내년 상반기 공급 일정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참여해 강동구 둔촌1동 170의 1 일대 ‘둔촌주공’을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로 짓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으로 4786가구가 풀릴 예정이다. 다만 공사비 증액 문제 등을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어 분양 일정이 하반기로 연기될 수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펜타스’도 내년 상반기께 분양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6개 동, 641가구를 공급하고, 이 중 263가구를 일반분양으로 내놓는다. 이 단지도 올해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조합이 이전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법적 소송에서 지면서 분양 일정이 밀렸다.
강북권에서는 동대문구 이문동의 2개 재개발 단지에서 공급되는 물량만 7400여 가구에 이른다. 내년 3월께 공급이 예정된 이문3구역은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컨소시엄으로 432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짓는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1067가구다. 바로 옆 이문1구역은 삼성물산이 3069가구를 조성하며, 내년 상반기 일반분양 물량으로 941가구가 나온다. 부산·충북 등도 공급 두세 배 늘어지역별로 전체 공급 규모만 놓고 보면 경기지역이 14만331가구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서울 5만2085가구 △인천 4만5102가구 △부산 3만1133가구 △충북 2만7129가구 △대구 2만6809가구 △충남 2만2616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과 충북을 비롯해 대전(1만6498가구), 울산(1만2330가구) 광주(1만7043가구) 등은 전년보다 공급이 3~6배가량 늘어날 예정이다. 반면 올해 분양이 많았던 곳은 줄어든다. 강원도의 내년도 공급 물량은 1만482가구로 올해(1만2257가구)보다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브랜드 신축 단지 공급이 두드러졌던 경남지역도 내년 2만1505가구로 올해(2만8949가구)보다 적다.
내년 분양 시장도 대출 규제, 대선 및 지방선거 등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 일정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이 주요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분양 시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정비사업장은 분양가 상한제, 조합 내부 갈등 등 변수가 더 많다. 서울지역은 정비사업 물량(재건축 2만5085가구, 재개발 1만7972가구)이 4만3057가구로 전체 82%가량을 차지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장이 일반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면 공급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펼칠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