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에 진심인 감독과 배우 14人이 만났을 때…연말용으로 딱 '해피뉴이어'

입력 2021-12-27 17:37
수정 2021-12-27 17:38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까지 세대 불문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 14명이 영화 '해피 뉴 이어'를 위해 뭉쳤다.

곽재용 감독의 신작 '해피 뉴 이어'는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연말연시의 호텔 엠로스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호텔을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들뜬 분위기 속에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분주한 호텔 엠로스가 배경이다. 올해 안에 운명의 남자에게서 고백을 받게 될 거라는 운세를 들은 호텔 매니저 ‘소진’(한지민)은 설레는 마음으로 15년째 짝사랑 중인 남사친 ‘승효’(김영광)를 만나지만 그의 결혼소식을 듣게 된다. ‘승효’는 남의 속도 모른 채 결혼 상대 ‘영주’(고성희)를 소개시켜주고 ‘소진’은 설상가상 ‘영주’의 고민 상담까지 떠맡게 된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심각한 짝수 강박증으로 고생 중인 호텔 엠로스의 대표 ‘용진’(이동욱)은 한동안 호텔 스위트룸에 묵게 되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하우스키퍼이자 짝수 이름을 가진 ‘이영’(원진아)과 번번이 마주친다. 취업도 연애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취준생 ‘재용’(강하늘)은 자포자기한 심경으로 생애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호텔 엠로스를 찾는다. 또다른 호텔 투숙객 ‘캐서린’(이혜영)은 4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첫사랑, 호텔 도어맨 ‘상규’(정진영)와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린다.

오랜 무명 끝에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이강’(서강준)과 그의 매니저 ‘상훈’(이광수)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가족 같은 사이지만,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상훈’은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하다. 학교 퀸카 ‘아영’(원지안)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소진’의 동생 ‘세직’(조준영)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영’에게 앞다퉈 고백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초조해진다.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호텔 엠로스에서 자신의 인연을 기다리는 맞선 전문남 ‘진호’(이진욱)는 무슨 이유인지 매번 퇴짜를 맞아 호텔 직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는 고등학생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감정을 그린다.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감정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며 풋풋한 첫사랑,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 등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14인 14색 이야기로 채워졌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청춘영화 붐을 주도한 '비 오는 날 수채화'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로코의 원형 '엽기적인 그녀', '한국 멜로 영화의 바이블 '클래식'까지 연출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이다.

27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곽재용 감독은 "기획 당시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생각했으나 팬데믹 상황으로 연말 기분이 안 나는 날들을 보냈다. 영화 속에서라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으면 해서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호텔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플들이 나오고 제가 가진 감성도 충분히 녹아들도록 하려고 했다. 우리나라에 다양한 계층이 있는데 현실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들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한지민은 15년간 김영광을 짝사랑하는 역할을 연기한 것에 대해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는 짝사랑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고. 이어 "내가 가진 성격과 비슷한 점이 있다. 일 할 때는 철두철미하고 친구들 사이에선 허술한 면"이라며 "오랜 친구를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나라면 어떨까 싶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곽 감독은 "한지민 표정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다"며 전작 '미쓰백', '조제' 등을 떠올리며 "우울함과 거친 모습이 있었는데 짝사랑하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칭찬했다.

이동욱은 드라마 '라이프' 이후로 원진아와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잘 알던 사이라 연기하기 편했고, 현장에서도 편하게 촬영했다"며 "(극 중)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으니 세 번째에는 부부 역할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진아는 "배우들이 많아 분량상 자주 만날 수 없어 걱정을 했으나 선배와 같이 해서 어색함 없이 촬영했던 것 같다. 저는 부부도 좋지만 적으로 만나면 어떨까 생각해 보겠다"고 거들었다.


강하늘은 조준영과 인공호흡 신에 대해 "촉촉했다"고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촬영 때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조준영 연기 인생 첫 키스신이라고 했던 것 같다"며 "그걸 제가 앗아가서 죄송하다. 현장에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곽 감독은 "그 장면을 찍을 때 놀랐다. (조준영을) 안심시키면서 덥석 하더라. 연기자로서 선배로서의 자세를 한꺼번에 보여줘서 감동 받았다"고 했다.

조준영은 "첫 키스신이자 첫 촬영 날"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강하늘 선배와 첫 키스신을 찍게 되어 영광"이라며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가 많이 풀어주셔서 리액션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윤아는 "목소리 위주로 나와서 더 신선했다"며 "재용이(강하늘)를 만나게 됐을 때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완성본이 기대됐는데 따뜻하고 재미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광수는 추운 겨울 군 복무 중인 자신의 짝 서강준을 걱정했다. 그는 "그전에 드라마로 같이 했어서 반가웠다. 날씨가 추운데 군 생활 잘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 서강준하고만 촬영해서 부러운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도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정진영과 이혜영은 40년 만에 다시 만난 옛사랑의 애틋한 여운을 선보인다. 정진영은 "싱싱하고 젊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에 나이 먹은 사랑 이야기가 구질구질할까 봐 걱정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곽 감독은 로맨스의 거장이고 요즘 말로는 멜로에 진심인 감독"이라며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곽 감독은 지난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1년간 준비해 극장 개봉과 티빙 공개를 하게 됐다. 극 중 '최애' 커플에 대해 묻자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묻는 것과 같다"며 "모두 소중한 커플인데, 주로 젊은 커플 위주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내 나잇대 커플(정진영, 이혜영) 이야기를 처음 만들었고 가깝게 느껴졌다"라고 귀띔했다.

'해피 뉴 이어'는 오는 29일 극장과 티빙에서 공개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