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 노동자들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 결정에 대해 '카드사의 팔을 비튼 정책 참사'라고 비판했다. 다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재검토 등을 논의할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마련되는 만큼 총파업은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정협의 결과에 따른 카드 수수료 인하 결정은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곳의 팔을 비틀은 정책 참사"라고 피력했다.
이어 카드노조는 "이번 수수료 인하는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손실보상을 하는 대신 카드사와 카드사 노동자를 희생양 삼은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결제 부문은 이미 적자고, 부가가치 세액공제 재도를 감안하면 약 92%의 가맹점이 오히려 세금을 환급받거나 카드 수수료의 실질적 부담 효과가 0%인 상황"이라며 "2019~2020년 2년간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1317억원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번 추가 인하로 카드 수수료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카드노조는 "결국 피해는 소비자와 노동자가 감당하게 됐다"며 "카드사들은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대폭 줄일 것이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노조는 금융당국이 제도개선 TF를 통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빅테크 및 핀테크와의 규제 차익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총파업은 유예하겠다고 했다.
카드노조는 "제도개선 TF가 시간 끌기 식으로 낭비되거나 금융당국 들러리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며 "제도개선 TF 의제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와 신용판매 부문 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고, TF 구성에 있어서도 사측만이 아닌 카드사 노동조합 협의회 대표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빅테크, 핀테크 업체와의 규제차익 해소와 카드 산업의 다양한 신사업진출, 수익원 발굴을 통한 건전 성장 지원에 대한 이행이 담보돼야 한다"며 "이를 조건부로 카드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잠정적으로 유예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카드노조는 "앞으로 금융당국의 소통 자세 등을 보면서 이후 투쟁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