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미국 소비자들이 연말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대란 우려에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일찍 쇼핑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스터카드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자동차를 제외한 미국 소매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늘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스터카드 전망치(8.8%)를 밑돌았지만 17년래 최대 상승폭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년 전에 비해선 10.7% 증가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일찌감치 지갑을 열었다.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스티브 사도브 마스터카드 선임고문은 “많은 미국인이 선물 확보에 열을 올리며 크리스마스 쇼핑을 일찍 끝마쳤다”며 “이들은 공급난 문제를 염두에 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점으로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의류 매출이 1년 전보다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석과 전자제품 매출은 각각 32%, 16% 늘었다. 온라인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증가율이 8.1%를 기록한 데 비해 온라인 매장에선 매출이 11.0% 늘었다. 전체 소매판매에서 온라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4.6%에서 올해 20.9%로 확대됐다. 사도브 고문은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의 쇼핑객들이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판매가 강세를 보였다”고 했다.
인플레이션도 매출 규모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물가 자체가 상승한 데다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쌓아둔 저축액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7% 올랐다.
앞으로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미크론 사태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유통 솔루션 제공업체 센서매틱솔루션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매장 유동 인구는 2019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WSJ는 “최근 소비자들이 소비를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