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팔면 세금만 2억…대선까지 버틴다"

입력 2021-12-27 10:25
수정 2021-12-27 12:55

최근 집값 상승세가 꺾이며 시장에 나왔던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내년 3월 대선까지 버티기로 돌아선 것이다. 내년 상승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주택자 A씨는 지난달 매물로 올렸던 서울 동작구의 소형 아파트를 최근 거둬들였다. 내년 양도소득세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A씨는 "집을 팔면 내야 할 세금이 2억원에 달한다. 아쉽지만 정리하려 했는데, 여야 대선 후보들이 다주택자 양도세 합리화를 거론해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가 보유한 소형아파트는 최근 실거래가가 최고가보다 2000만원가량 떨어졌다. A씨는 부담이 더 큰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면 매도가가 다소 낮아져도 별 문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5% 올라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25곳 자치구 가운데 강북구(0.02%)를 제외한 나머지 24곳은 상승 폭이 줄어들거나 전주 수준을 유지했다. 은평구는 이번 주 0.03% 떨어져 1년 7개월(86주)만에 하락 전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전국 5.0% 상승), 주택산업연구원(전국 2.5% 상승), 한국건설산업연구원(전국 2.0% 상승) 등 민간 연구기관들 모두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아파트값이 상승할 이유로 누적된 공급부족 문제를 꼽는다.

주산연의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5년간 전국 주택수요 증가량은 296만 가구인 데 비해 공급은 258만 가구로 38만 가구가 부족하다. 특히 서울은 14만 가구, 수도권은 9만 가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인데,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집값 폭락을 우려해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적은 셈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들고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거듭 반대 뜻을 밝혔지만, "정부와 상의가 안 되면 몇 달 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대선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를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이 후보는 "내년 연말까지가 목표"라며 대선 직후 입법에 나서 다주택자가 4개월 내에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 중과 면제, 다음 3개월 내 처분하면 50%, 나머지 3개월은 25% 면제 등의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워킹그룹을 꾸려 구체적인 양도세 유예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양도세를 적당히 올려야 하는데 너무 과도하게 올렸다. 다주택자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게 세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추진 △양도소득세 개편 △취득세 부담 인하 △정부 출범 즉시 부동산세제 정상화 위한 TF 가동 등 다섯 가지 정책을 공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금보다 세금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대선까지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