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물량 조절’에 들어가면서 하락세였던 철광석 가격이 지난달부터 급반등하고 있다. 석탄, 고철(철스크랩) 등 주요 철강 원료의 고공행진까지 겹치면서 철강 원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26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중국 상하이항 철광석 가격은 t당 126.35달러였다. 지난달 18일 t당 87.27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한 달여 만에 45% 치솟았다. 이는 올 5월 주요 철광석 수입·수출국인 중국과 호주의 무역분쟁 여파로 철광석 가격이 t당 220달러대까지 오른 것에 비해선 여전히 낮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t당 100달러 이하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상승세를 브라질 발레 등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주도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발레는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연례IR(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철광석 생산량이 3억2000만t으로 작년보다 1000만t 줄었다고 발표했다. 내년 생산 예상치도 3억2000만~3억3500만t으로 제시했다. 시장 기대치(3억4600만t)보다 훨씬 적은 규모다. 업계에선 리오틴토, BHP빌리턴 등 다른 글로벌 메이저 광산업체 역시 생산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철광석과 함께 철강의 3대 원료인 제철용 원료탄(석탄), 고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기준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t당 344.64달러로 100달러대였던 연초 대비 세 배가 넘는다. 고철 가격 역시 건설 비수기인 겨울임에도 t당 50만~60만원 선으로 연초 대비 50%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두 원료의 가격 상승 배경에는 자원 부국들의 알력 다툼이 자리잡고 있다. 석탄 가격은 지난 4월 중국과 호주의 무역 분쟁이 불거지면서 급등했다. 탄소 감축을 위한 대체 원료로 각광받고 있는 고철 역시 주요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이어지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 조선·자동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전체 생산 원가에서 후판 등 강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상승으로 올 상반기에만 2조원에 달하는 손실충당금을 쌓았다”며 “올해 수주 물량이 본격 건조에 들어가는 내년에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