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들이 미국 뉴욕 록펠러빌딩 꼭대기에 매달린 H빔에 걸터앉아 식사하는 모습(1932년), 장난스럽게 혀를 쏙 내민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얼굴(1951년),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 참정권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이끄는 모습(1965년·사진)…. 역사의 한 장면을 기록한 이들 사진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세계 최대 이미지 아카이브인 게티이미지뱅크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4억여 점의 사진 가운데 엄선한 330점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게티이미지 사진전-세상을 연결하다’이다. 게티이미지가 이 같은 형식의 기획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티이미지는 미국의 석유 재벌이자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였던 폴 게티의 손자 마크 게티가 조너선 클라인과 함께 1995년 영국 런던에 세운 이미지 아카이브다. 창업 이후 세계에서 이름난 사진 저작권 대여업체 30여 개를 사들여 수많은 사진의 저작권을 확보했고, 오리지널 빈티지 필름을 아카이빙하고 고화질로 복원해 정리해왔다. 지금은 AP, 로이터 등 유수의 통신사들에 이미지를 공급하며 연간 5000만달러가량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워터마크 ‘gettyimages’로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전시는 1관과 2관으로 나눠 펼쳐진다. 1관에서는 게티이미지 소속 사진사들이 찍은 수준 높은 보도사진과 유명 사진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관은 과거 100여 년간 촬영된 주요 기록사진을 전쟁과 풍속, 연대와 평화, 인류의 생활과 문화 등 주제별로 분류해 걸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이민자 어머니’는 도러시아 랭이 1936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이주민 캠프에서 찍은 사진이다. 대공황기에 아이들과 함께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어머니를 찍었다. 1969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여성주의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속옷을 벗어 치켜들며 웃는 사진도 인상적이다. 전시는 내년 3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