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장병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해군 순항훈련을 다녀왔는데 일반적인 여행객과 동일하게 열흘간 격리하는 건 부당하다”며 격리 면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 해군 장병은 지난 25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코로나19로 해외 기항지에 정박해서도 외출하지 못하고 배에 갇혀 지내다가 귀국했지만, 방역지침이 강화돼 10일간 추가격리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과 장관, 수행원들은 해외에서 돌아와도 외교활동으로 인정돼 격리되지 않는데 우리도 군사외교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며 “무능하고 한심한 탁상행정”이라고 덧붙였다. 훈련 기간 내내 배에서 갇혀 지내면서 주 1회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외부 접촉도 거의 없었는데 귀국하자마자 격리되는데 대한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현재 해군의 한 순항훈련전단은 국내로 귀국하지 못한 채 격리로 인해 제주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이다. 이들은 당초 진해항으로 입항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격리방침이 강화되며 해상에서 격리를 끝낸 뒤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항훈련전단에는 해군사관학교 생도 152명을 비롯해 함정 승조원 등 약 540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10월 제주를 출항해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빅토리아, 미국 샌디에이고, 하와이, 괌 등 2개국 5개 항에 차례로 기항한 뒤 지난 23일 귀국했지만 격리 조치로 인해 다음달 2일까지 격리한다.
군과 방역 당국은 외부 접촉 없이 14일간 항해할 경우 해당 기간을 격리로 인정해 추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지막 기항지에서 출항해 국내 입항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마지막 기항지인 괌에서 출항한 날로부터 국내 입항까지의 기간이 14일 이내였기 때문에 격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방역지침상 국외 출장 공무원의 격리면제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방역규정에 따르면 격리면제를 받기 위해선 국가원수와 장·차관에 준하는 정무직 공무원(수행원 포함)이거나, 국장급 이상(수행원 포함)의 불가피한 공무 출장이어야 한다. 기간도 14일 이내의 단기출장으로 제한된다. 군 관계자는 “10일간 격리조치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검역 대응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에서 최대한 외부접촉 없이 훈련했다고 하지만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방역지침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