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토론에 대해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토론이 차기 대통령의 철학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싸움을 야기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유권자들은 "대선후보가 토론을 피하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책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해온 더불어민주당도 "망언"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방영된 경제전문 유튜브 '삼프로TV'에서 진행자들이 '이 후보와의 경제 관련 토론 자리를 마련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고, 그의 사고방식을 검증해가는 데 있어서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예로 경선 경험을 들며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나온다"며 "국민의힘 경선에서 (토론을) 16번 했지만 그 토론 누가 많이 보셨나요?"라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싸움을 토론 회피의 명분으로 삼았으나, 결국 윤 후보는 자질검증, 도덕성검증, 정책검증이 무섭다고 자인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에 대한 예의도 저버린 망언"이라고 꼬집었다. 남영희 대변인도 "정책 토론이 필요 없다는 대선후보, 필요 있나"라며 "(국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할 사람이 누구인지, 대선 후보 각각의 정책과 능력, 비전과 가치를 검증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도 반격에 나섰다. 장순칠 국민의힘 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본소득 철회', '국토보유세 포기', '부동산공약 뒤집기', '탈원전 정책 포장하기', 자고 일어나면 공약이 바뀌는 후보와 무슨 토론을 할 수 있겠나"며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토론 때문에 지지율 떨어지자 코로나 핑계 대고 토론을 취소시켜서 당원과 타 후보 측에 항의받은 분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경선 본선에서만 맞짱토론을 포함해 4명이 참여하는 토론을 10여 차례 했다. 언제든 토론은 환영한다"며 "그러나 토론도 격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입장이 바뀌고 유불리를 따지며 이말 저말 다하고 아무 말이나 지어내는 후보 얘기를 굳이 국민 앞에서 함께 들어줘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윤 후보를 향해 '토론에 나서라'고 압박해왔다. 전용기·김승남 의원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식 대담·토론 횟수를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둔 상태다. 현행법상 대선후보 방송토론회는 '3회 이상' 실시하도록 돼있는데, 이는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에서 나온 법안이다.
토론 횟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대선 토론 횟수 확대 주장에 대해 "모든 입시는 시험 제도와 관계 없이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 대부분 성공한다"며 "민주당이 제도를 조금 변경한다고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후보(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토론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참 안타까운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