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연료봉(사용후핵연료)을 차세대 원전인 소듐고속냉각로(SFR) 연료로 재활용하는 ‘파이로-SFR’ 기술의 타당성과 안전성에 대해 미국 원전당국에 이어 한국 전문가들도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없는 ‘핵 비확산성’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했다.
▶본지 4월 27일자 A1·3면, 9월 2일자 A1·13면 참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적정성 검토위원회’(위원장 김재환 인하대 교수)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검토위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파이로-SFR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한·미 원자력연료주기 공동연구(JFCS)’ 보고서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활동해왔다. 기계, 화학, 화공, 물리, 에너지, 재료, 경제 총 9개 분과에 1명씩 총 9명이 참여했다.
폐연료봉은 아직 처리할 방법이 없어 원전 내에 쌓아만 두고 있다. 수억 년이 지나도 치명적 방사선이 사라지지 않는 1%가량의 초우라늄(TRU) 때문이다. TRU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비롯해 아메리슘, 퀴륨, 넵투늄 등을 말한다. 파이로-SFR은 TRU를 추출해 SFR 원료로 투입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다.
검토위는 파이로-SFR의 공학규모 실증 등 7개 기술 지표와 공정의 안정성 등 5개 안전 지표에 대한 검토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 냈다. TRU 축적 회피 등 핵 비확산 지표 3개도 만족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사회·환경적 영향 분석, 비용 추정 분석 2개 지표로 이뤄진 경제성 평가에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JFCS 보고서 원문은 파이로-SFR과 직접처분(폐연료봉 땅에 파묻기) 간 경제성 차이가 ‘표준편차 이내’라고 결론 내린 것과 상반된다. 검토위 보고서는 “경제성 평가는 직접 비용 외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실정을 반영한 반복적인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시민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