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 같지만…혹시 나도 헨리가 앓았다는 '그 병'? [건강!톡]

입력 2021-12-25 07:25
수정 2021-12-25 09:04

가수 헨리는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성인이 된 후 출연한 방송에서도 산만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 때문에 지적을 받자 "중학교 때까지 ADHD였다"라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은 헨리의 그간 황당한 행동들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3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요즘 자신이 성인 ADHD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평소 일을 하면 5분 만에 산만해지고, 회의 시간에도 상사나 발표자의 말에 집중하기 힘들다. 매사에 싫증을 자주 느끼고 무기력하며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는 일도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공상을 하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아 내릴 역을 지나치기 일쑤다. 그래서 꼭 도착 시각 전 알람을 설정해놓고 타야 한다.

ADHD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주로 유전, 신경전달 물질의 결핍, 전두엽 기능 저하 등으로 본다. 이는 전두엽이 고차적인 인지기능이 발현되는 두뇌 영역으로 사람의 인지능력과 주의력, 집중력, 충동 억제능력, 사회성 등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ADHD는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아동기 환자의 절반가량은 성인기에도 증상이 지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약 4%, 82만 명이 ADHD 환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인 ADHD의 특징으로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지속적인 집중을 못 하고 쉽게 산만해지고 실수가 잦으며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건망증도 심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동같이 공격적인 행동은 덜 보이지만 잦은 실수와 무능함으로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성인 ADHD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과잉 행동, 충동성 증상으로는 △말이 지나치게 많으며, △안절부절하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다, △음주·흡연을 과도하게 즐긴다, △충동적인 폭식·게임·구매·성관계를 한다, △과속, 법규 위반, 교통사고가 빈번하다 등이 있다.

주의력 결핍 증상으로는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상사의 지시와 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시한을 넘긴다, △일을 시작하기 어렵고 끝내지 못한다 등이다. 성인이 되면서 ADHD 증상 중 과잉 행동, 충동성 문제는 줄어들고 주의력 결핍 증상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로 진단이 된다면 약물치료를 통해 집중력이 좋아지고 생활이 안정될 수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인지행동 요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감정조절 훈련을 통해 감정조절이 안 되고 분노가 생길 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가치료법으로는 다이어리나 전자수첩을 통해 '일정 관리' 하는 버릇을 갖는 것이 좋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주의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전문가를 만나서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ADHD 치료제는 남용의 위험이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