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 정의는 몰라도 개념간 관계 파악할 줄 알아야

입력 2021-12-27 10:0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미학의 대상인 예술은 종교, 철학과 마찬가지로 ‘절대정신’의 한 형태이다. 절대정신은 절대적 진리인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의 영역을 가리킨다. 예술·종교·철학은 절대적 진리를 동일한 내용으로 하며, 다만 인식 형식의 차이에 따라 구분된다. 절대정신의 세 형태에 각각 대응하는 형식은 직관·표상·사유이다.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예술은 종교, 철학과 마찬가지로 ‘절대정신’의 한 형태이다과일, 사과, 배 등을 상하 관계와 동위 관계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정리하면 옆의 벤다이어그램과 계층 구조로 나타낼 수 있다.

‘A는 B, C와 마찬가지로 D의 하나이다’라는 문장 구조는 이와 같은 벤다이어그램이나 계층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D가 상위 개념이고 A, B, C는 하위 개념인 것이다. 위 문장을 보면서 ‘절대정신’이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된다. 그것은 고3 수준을 벗어난다. 대신 ‘예술’, ‘종교’, ‘철학’이 동위 관계에 있고, ‘절대정신’은 그것들의 상위 개념임을 알기만 하면 된다. 즉 개념의 정의는 몰라도 개념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고3 수준에서 훈련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국어 능력인 것이다. 절대정신은 …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의 영역을 가리킨다개념은 정의(定義)된다고 했다. 그것은 유개념(類槪念)과 종차(種差)를 밝히는 것이라 했다. ([33] 개념의 정의 분석 참고) 이는 고3 수준에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위 문장을 [가]의 벤다이어그램으로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즉 ‘절대정신’의 유개념이 ‘인간 정신’이고, 그것의 종차는 ‘이념을 인식함’이라는 것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3 학생이 갖추어야 할 국어 능력이 있다. 한 개념을 매개로 다른 개념들을 연결할 수 있는 추리 능력이다. 위 문장 앞에 ‘예술은 종교, 철학과 마찬가지로 ‘절대정신’의 한 형태’라고 했다. ‘예술·종교·철학’과 ‘절대정신’의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 문장에도 ‘절대정신’이라는 개념이 있고, 그것과 ‘이념’, ‘인간 정신’의 관계가 드러나 있다.

두 문장에서 ‘절대정신’이 매개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매개념은 삼단 논법의 대전제와 소전제의 양자에 포함되어 대개념과 소개념을 매개하여 결론을 성립시키는 개념으로서, 이를테면 ‘모든 동물은 죽는다. 소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소는 죽는다’라는 논법에서의 동물 따위를 이른다. 이를 활용해 벤다이어그램을 합성하여 [나]와 같이 생각할 줄 아는 것은 고3 학생들이 습득해야 하는 국어 능력이다. 예술·종교·철학은 절대적 진리를 동일한 내용으로 하며, 다만 인식 형식의 차이에 따라 구분된다. …에 각각 대응하는 형식은 직관·표상·사유이다어떤 것을 이해할 때 둘로 나누는 것을 이원론(二元論)이라 하고, 그것을 이용하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16] 이원론을 이용한 독해 참고) 이원론적 개념 중에 하나가 ‘내용-형식’이다. 예컨대 ‘언어’를 ‘언어의 내용’, ‘언어의 형식’이라는 이원론적 방식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 즉 언어의 내용은 ‘의미’이고, 형식은 ‘소리’라는 식으로 언어를 설명하면 언어가 기호의 하나라는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된다.

위 문장에서도 ‘예술·종교·철학’을 내용과 형식이라는 이원론적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그것들의 내용은 ‘절대적 진리’이고, 형식은 ‘직관·표상·사유’라는 것이다. 여기서 ‘직관·표상·사유’가 무엇인지 당장은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형식’의 하위 개념임을 아는 것이다.

한편, 이때 ‘A, B, C에 각각 대응하는 D, E, F’라는 문장 구조를 활용하는 국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A와 D, B와 E, C와 F를 연결 지어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예술의 형식은 직관’이고, ‘종교의 형식은 표상’이며, ‘철학의 형식은 사유’라고 관계를 지으며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한 고3 학생이라면 위 문장을 옆의 벤다이어그램과 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벤다이어그램이 겹치는 부분과 겹치지 않은 부분이 각각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하는 것임은 고3 학생이라면 이미 배워 알고 있지 않은가? 훈련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이와 같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포인트상하 관계와 동위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 구조들은 벤다이어그램과 계층 구조로 이해할 수 있음을 알아 두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A는 B, C와 마찬가지로 D의 하나이다’는 문장 구조에서 D가 상위 개념이고 A, B, C는 하위 개념임을 알아 두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개념은 정의(定義)되고, 그것은 유개념(類槪念)과 종차(種差)를 밝히는 것임을 알아 두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매개념에 해당하는 개념을 바탕으로 문장들 속에 있는 개념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훈련을 많이 하도록 하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내용-형식’이라는 이원론적 개념을 바탕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이 있음을 알아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