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신년특사로 사면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해졌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1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심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뒤, 4년 8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사면이 최종 확정되면 4년 9개월 만에 수감 생활을 마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새누리당의 공천 개입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이 확정됐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은 87세가 되는 2039년 만기 출소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당초 정치인의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청와대는 이달 초부터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언론의 물음에 "논의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어 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한명숙 전 총리님이나 두 분 전임 대통령에 대해서 모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 검토한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했을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박 전 대통령이 기존 지병 외에도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서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병을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올해 1월과 7월에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2019년 9월에는 같은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이번 특별사면에 따라 입원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출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이번 특별 사면 명단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이번 특별 사면이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정국을 뒤흔들만한 메가이슈를 던지는 셈이어서 향후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별 사면 유력 소식이 전해진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침에 오다가 기사 제목만 봤다"면서 "공식적으로는 사면위원회 심의와 의결이 있어야 하고, 국무회의 의결도 있어야 해서 결정났다고 볼 순 없다. 상황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말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 후보는 달 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두고 "시기상조"라며 "이분들은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경우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집권 초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