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상무대우부터 사장까지 6단계로 나눈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하는 파격 실험에 나선다. 성과 중심의 조직 개편을 통해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적극 발탁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 임원급 전체를 단일 직군으로 묶은 것은 CJ그룹이 처음이다.
CJ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임원직제개편안을 지주 및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승인하고 다음주께 예정된 임원 인사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구성된 6개 임원 직급은 경영리더(임원)로 통합된다. CJ는 이 회장의 뉴비전 선언 이후 이 같은 방향의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달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 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내년부터 직급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임원들 간 ‘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직급에 따라 처우와 보상이 어느 정도 보장됐지만 경영리더는 철저하게 역할과 성과에 따라 평가받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는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더 빨리 주요 보직에 오르는 구조다.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독립적인 사무공간과 업무용 차량, 비서, 운전기사 등도 앞으로 일정 비용 한도 내에서 업무 성격과 개인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뀐다.
CJ는 임원 직급 단일화를 시작으로 일반 직원의 직급체계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은 이미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을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 조건을 폐지했다.
이같이 파격적인 직급체계 개편에 나선 이유는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CJ는 1980년 이후 출생 직원이 올 연말 기준 전체 구성원의 75%에 달할 정도로 젊은 그룹에 속한다. 젊은 인재가 많은 만큼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특히 최근 들어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의 기존 체제에서 한계를 느낀 인재들이 스타트업 등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그룹 내부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인적 구성이 점차 젊어지는 만큼 인사 제도나 조직 문화도 구성원 특성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역량 있는 젊은 인재를 조기 발탁해 경영자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