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예상보다 적은 인명 피해를 남기고 사라질 것이란 희망적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변이 감염자의 중증도가 델타 변이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 위험이 델타 감염자보다 40~45% 낮았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 갈 확률도 델타 감염자보다 15% 낮았다. 오미크론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한데다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돼 면역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다. 다만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는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확진자가 계속 늘면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홍콩대팀은 오미크론이 상기도 세포와 잘 결합하지만 폐 조직에는 잘 들어가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상기도 감염력은 바이러스 전파 속도에, 폐 침투력은 중증도에 영향을 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기도로 몸속에 들어가 증식한 뒤 폐렴으로 진행되면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가 빠르지만 증상은 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팀은 인구 540만 명 대상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오미크론 입원율이 델타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같은 인구가 델타에 감염됐다고 가정하면 47명 정도 입원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오미크론 입원 환자는 15명이었다.
오미크론 진원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델타 유행 때보다 입원 환자가 80% 줄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8일 기준 남아공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20.8% 줄어드는 등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다. 리드완 술리만 남아공 과학산업연구협의회(CSIR) 선임연구원은 “델타와 비교할 때 (정점까지) 절반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낙관하긴 이르다고 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높아서다. 치사율이 낮아도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되면 큰 인명 피해를 남길 위험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의 심각성을 파악하기까지 3~4주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담당국장은 “오미크론 중증도가 낮다면 내년께 삶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세계 106개국에서 보고됐다. 미국에선 50개 모든 주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미국의 1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는 14만9300여 명이다. 전주보다 25% 늘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오미크론 중증 위험이 델타의 절반이라도 전파력이 강해 사상 최악일 수 있다”고 했다.
영국에서도 신규 환자가 하루 동안 10만6122명 늘었다. 사상 최대 기록(9만3045명)을 닷새 만에 다시 썼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