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9박11일 호주 동행했는데 "성남시장 때 김문기 몰랐다"

입력 2021-12-23 11:38
수정 2021-12-23 12: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고 발언했다가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김 처장을 토론자로 초청한 세미나에서 함께 찍힌 사진, 9박 11일 호주 출장 때 함께 찍은 사진 등을 근거로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이기인 성남시 의원은 23일 이 후보와 김 처장이 호주에서 함께 찍힌 두 장의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한 장은 해외 도시 전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인데, 골프웨어 브랜드의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이 후보 바로 뒤에 유동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자리 잡았고, 그 옆에 김 처장이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사진은 이 후보와 김 처장을 포함한 출장자 11명이 모두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두 사람이 함께 포착된 사진은 2015년 1월 6일~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모습이다. 성남도공에 따르면, 이 출장 목적은 ‘판교트램 설치 관련 시장님과 선진사례 조사’였다. 성남도공에서는 김 처장과 유 본부장 단둘만 포함됐다. 이 출장 종료 17일 만인 2015년 2월 2일 이 후보는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보고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승인 검토 보고서를 결재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 22일 "누구인지 묻지도 알려 하지도 않은 채, 9박 11일을 함께 다니는 해외 출장은 없다"면서 "고인은 이 후보가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는 대장동 화천대유 선정을 직접 도맡은, 시장님 명에 충실했던 평범한 가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리하면 힘없는 부하는 모른 척하는 리더를, 최후의 순간까지 번민했을 망자를 외면하는 지도자를, 과연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을까"라며 이 후보를 직격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YTN뉴스에 출연해 "호주 연수를 갔을 때도 바로 옆에 있었고 김문기 씨를 들여온 게 유 전 본부장이었다. 그래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핵심 중 핵심이었다"면서 "인사를 낸 게 이재명 성남시장이었으니 모른다고 하는 해명 자체가 사실 억지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반나절도 못 가서 이렇게 들통 날,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것이 더 리스크를 키웠다"면서 "이것도 역시 후보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김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시장 재직 시절에는 몰랐다"며 "당시 (김 처장은) 하위 직원, 아마 팀장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김 처장을)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된 후 (공공)개발이익 5500억 원을 확보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기소돼 재판과정에서 저는 지침만 줘 세부내용을 전혀 모르니까 이를 파악할 때 주로 알려줬던 사람이 이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존경한다’는 발언을 한 후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을 뒤엎어 자기발언에 대한 신빙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후보 발언과 관련해 "아침에 한 말이 저녁에 달라지는 식이다 보니 무슨 말을 믿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