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 암에서 다른 부위로 옮겨간 암세포 무리가 어떻게 동면에서 깨어나 전이암으로 성장하는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호세 하비에르 브라보-코르데로 의학 종양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논문으로 실렸다.
2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홈페이지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잠자던 암세포가 종양으로 자라는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였던 전이암의 미스터리다.
다른 부위로 퍼진 암세포가 어떻게 휴면 상태에서 벗어나는지는 이전의 다른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졌다면 이번 연구팀은 전이성 암세포가 어떻게 휴면 상태를 유지하는지에 초점을 뒀다.
'2 광자 전자현미경(two-photon microscopy)' 등 고해상 영상 기술로 살아 있는 생쥐의 '휴면' 암세포를 관찰한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암세포가 휴면 상태로 전환할 때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잠에서 깨어날 때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휴면 상태의 암세포는 주변 미세 환경에 끊임없이 제3형 콜라겐을 분비했고, 콜라겐 분비가 줄어들면 빠르게 성장하는 악성 종양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체에 많이 분포하는 1~3형 콜라겐 가운데 시중의 보충제에 많이 쓰이는 콜라겐은 펩타이드 형태의 제2형이고, 제3형은 장기와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이다.
연구팀을 이를 통해 암세포의 주변 환경에서 제3형 콜라겐 수위를 높이면 암세포를 휴면 상태로 묶어 암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휴면 암세포에만 휴면 유도 치료제를 전달하는 정밀 표적 치료를 예로 들어, 이렇게 하면 1차 절제 수술한 종양의 국소 재발은 물론 멀리 퍼진 전이암도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미는, 암 재발과 전이를 예측하는 지표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제3형 콜라겐 수치를 활용하면 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측하는 '전위 측정(potential measurement)'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잠재된 여러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