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0개월 된 동거녀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 살해한 2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관심을 모았던 '화학적 거세' 여부는 기각됐다.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22일 아동학대 살해·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29)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20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다만, 검찰의 성 충동 약물치료 일명 '화학적 거세' 청구는 기각됐다. 성도착증이라고 볼 만큼의 치료명령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양씨는 지난 6월15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거녀 정모씨(25)의 딸을 이불로 덮은 뒤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정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양씨는 피해 아이를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육하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무차별 폭행해 사망케 한 범행은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참혹하다"면서 "사경을 헤매던 피해자를 방치한 채 유흥을 즐기는 등 사회 곳곳에 있을 유사 범행을 고려하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 (검찰 구형인 사형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게 정당화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범행하지 않은 점, 과거 부모의 잦은 학대 속에 성장하며 폭력적 성향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체은닉 등 혐의의 공범 정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4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