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향하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들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LNG 가격이 치솟고 있는 유럽에 가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천연가스가 전날보다 23% 급등한 ㎿h(메가와트시)당 182유로에 거래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중단된 게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으며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의 주요 수송로 중 하나다.
그동안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천연가스 구매자들이 유럽 구매자보다 더 비싼 가격을 불렀는데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고 FT는 전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 분석기업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유럽으로 가는 LNG 스폿 운임(비정기 단기 운송계약)은 MBtu(물 100만파운드의 온도를 표준기압 하에서 화씨 1도만큼 올릴 수 있는 열량)당 48.5달러로 아시아행(MBtu당 41달러)보다 7.5달러 높다. 지난 10월과 11월에는 아시아행 운임이 유럽행보다 MBtu당 약 5달러 비쌌다.
이에 미국 LNG 수송선 미네르바 키오스는 지난 15일 인도 인근에서 유턴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다른 미국 LNG 수송선들도 잇따라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에서 유럽으로 LNG를 운반하는 선박이 등장했다. 로열더치셸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페루산 LNG를 영국에 보냈다. LNG 트레이딩 기업 군보르의 토르비외른 토른키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5~20척의 선박이 추가로 유럽으로 갈 것”이라며 “1월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내 천연가스 재고는 이미 바닥 수준이며 이번 겨울 내내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과 잇따라 수입 계약을 맺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미국 벤처글로벌LNG는 전날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두 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를 포함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LNG 수출기업이 중국 기업과 맺은 대규모 LNG 공급 계약은 7건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서 LNG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