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사진)이 “현대차그룹의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는 170만 대”라고 밝혔다. 당초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에서 1년 새 70만 대를 높인 공격적인 목표치를 새로 제시했다. 장 사장은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장 사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기차 생산공장 등에 돈을 쏟아붓기 위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전기차 판매량을 올해 14만 대보다 57% 늘어난 22만 대로 예상했다.
장 사장은 전기차 전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더 많은 전기차를 출시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2026년엔 현대차에서만 지금의 두 배인 13개 차종이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아이오닉 5 등의 기반인 E-GMP 외에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E-GMP를 파생시켜 저가의 소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부사장이 지난 9월 “E-GMP 플랫폼을 바탕으로 아이오닉 시리즈의 소형차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E-GMP는 중형부터 준대형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형 전기차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플랫폼 MEB를 파생시킨 MEB-스몰 플랫폼을 지난 9월 공개하고 이를 적용한 소형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장 사장은 미국 공장 증설에 대해 “(앨라배마) 기존 공장을 증설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짓는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새로 짓는 생산라인은 전기차 생산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내년에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기업의 전기차 계약 생산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엔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능력은 내부 수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던 애플의 전기차 ‘애플카’ 생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