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대상 종가집 김치(사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대형마트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나가면서다. 이마트 자체상표(PB) 김치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대상과 CJ제일제당의 뒤를 쫓고 있다.
21일 한국경제신문과 영수증 리워드 앱 ‘오늘뭐샀니’의 운영사인 캐시카우가 최근 1년간 약 1400만 개(누적 기준)의 소비자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포장김치 시장에서 CJ제일제당(비비고 김치, 하선정 김치)의 구매경험도는 52.1%로 대상(43.0%)을 9.1%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경험도는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전체 구매자 중 특정 제품 구매자 비중을 나타낸 수치다.
제품충성도에서도 CJ제일제당이 64.1%로 59.3%에 그친 대상을 앞섰다. 제품충성도는 일정 기간 소비자가 다른 제품은 사지 않고 오로지 한 회사의 특정 제품만 산 비중을 말한다. 이마트 PB 김치는 구매경험도가 11.8%에 그쳤지만 제품충성도에선 53.1%를 기록하며 CJ제일제당과 대상을 위협했다. 설준희 캐시카우 대표는 “가성비를 앞세워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유통사 PB 김치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대상보다 12년 늦은 2000년 포장김치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다. 소용량 김치 등을 앞세워 1인 가구와 2030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대상은 B2C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수출과 홈쇼핑 판매, B2B(기업 간 거래) 매출 등을 더하면 포장김치 시장에서 아직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대상의 김치 수출액은 5900만달러(약 700억원)로 전년(4300만달러·약 510억원) 대비 37.2% 급증했다.
광주와 전북 등 호남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종가집 김치가 CJ제일제당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광주에서 대상의 구매경험도는 61.1%로 CJ제일제당(44.4%)을 16.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전북에서 대상(57.9%)과 CJ제일제당(36.8%)의 격차는 21.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