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으로 면역이 약해진 사람에게서 처음 나타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영국 BBC는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 등 남아공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HIV 감염자 몸속에서 수개월 간 증식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학계에서는 유전체 감시가 허술하거나 사람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변이가 출연했을 가능성, 면역체계가 약해진 사람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며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동물에 전염됐다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다시 사람을 감염시켰을 가능성 등 오미크론 변이의 발생 과정과 기원에 대해 세 가지 가설이 나왔다.
남아공 정부 코로나19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살림 카림 교수는 증명은 되지 않았으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와 코로나19 새 변이 간의 관련성은 매우 높은 가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남아공 병원에서는 이런 사례가 2명 발견됐다.
데스몬드 투투 HIV 재단의 린다-게일 베커 교수는 "면역체계가 정상 작동하면 침투한 바이러스를 아주 빠르게 퇴치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몸에서는 바이러스가 계속 머물며 증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돌연변이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발견을 이끈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남아공 전염병대응혁신센터장은 이런 사례가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10~15건 발견됐다며 "이는 매우 드문 경우지만 면역 저하 환자가 바이러스 진화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큰 설명"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