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울지만 개미는 삽니다"…금리에 배당까지 대박난 금융주

입력 2021-12-21 09:09
수정 2021-12-21 09:10
#. KB금융지주의 주식을 보유 중인 직장인 강진수(가명)씨는 최근 시장의 급락에도 마음이 든든하다. 현재 그의 수익률은 20%대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그는 "최근 시장이 출렁였지만 올해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에 금융주는 선방하고 있다"며 "추가로 배당을 더 받기 위해 연말까지 조금씩 금융주를 더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역대급 배당을 예고되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주를 중심으로 전날 개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졌다. 개인들은 KB금융 주식을 200억9997만원 어치(35만2464주) 사들였다. 하나금융지주도 70억9324만원 어치를, 우리금융지주도 69억7876만원 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신한지주도 10억5382만원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미들, 연말 배당기대감에 금융주 '사자'전날 코스피지수가 1.81% 급락하면서 3000선이 깨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매수세다. 이처럼 개인들의 금융주 순매수 배경으로는 역대급 배당이 자리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이 3조7000억원으로 작년보다 6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금리인상과 더불어 비이자이익 호조, 대손비용 감소로 주요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사상최대를 경신할 전망"이라며 "4사의 평균 배당성향을 25.9%로 전망했을 때, 주당배당금(DPS)은 2168원으로 작년보다 5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올해 KB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모두 중간 및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까지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750원, 700원을, 신한지주(560원)와 우리금융지주(150원)도 중간 및 분기 배당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지방금융지주들의 기말배당수익률은 6%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별로는 BNK금융과 DGB금융의 올해 예상 기말배당수익률이 각각 6.4%씩, JB금융과 기업은행은 각각 6.2%씩으로 6%를 크게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 은행은 최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전망했다.올해 4대 금융지주 순이익 14조 넘을 듯이같은 역대급 배당은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고된 덕분이다.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은 14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3조7722억원을 거뒀으며 신한금융도 3조559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무난하게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2조6815억원)과 우리금융(2조1983억원)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올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대출을 미리 받아놓는 가수요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모이면서 은행권 대출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영끌족으로 인해 올린 수익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거둬가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4분기 은행권의대출 성장률은 1.7~1.8%로 추정, 계절적요인에도 불구하고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금리인상도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이끌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내년에도 한은이 추가로 1~2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융주에 대한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정욱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2022년 은행 평균 연간 NIM 상승 폭은 기존 0.05% 내외에서 0.08~0.09%에 달할 것"이라며 "2022년 은행 전체 순익은 약 20조원으로 올해 대비 약 10% 증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28일까지 해당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까지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주문을 넣고 실제 결제가 진행되기까진 2거래일이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28일까지는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배당락(배당기준일 다음날) 이후에도 금융주를 가져가는 것도 추천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올해는 배당 기대감에 따른 은행주 반등 폭이 아직까지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며 "배당락 이후의 주가 하락 폭도 배당수익률을 상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은행 배당성향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여러 주주친화정책이 본격화되는 원년이라는 기대감이 있는데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 파악 여부에 따라 경기 우려가 완화될 경우 금리모멘텀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