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1일 10: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동양생명보험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21일 동양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 등급을 종전 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동일한 AA급(AA-~AA+)이지만 최고 신용등급(AAA)의 바로 아래 신용등급(AA+)과 한 단계 낮은 AA는 채권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동양생명의 등급이 강등된 가장 큰 이유는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 과정에서 보험 영업 부문의 현금흐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 영업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신용도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이익 변동성이 커지는 건 신용등급 관점에서 마이너스(-) 요인이다.
동양생명은 보장성보험 위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 수입이 줄고 있다.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환급금 부담은 지속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동양생명은 투자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등의 자산운용 전략을 통해 실적 저하를 충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동양생명의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이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양생명이 2017년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하고 보장성보험 영업에 집중하면서 2016년 4조원을 웃돌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2조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올 9월 말 기준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장기적인 이익 기반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신규 보험 가입 수요가 줄고 지급 보험급이 증가하고 있어 보험 영업 부문의 현금흐름이 단기간 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성보험 판매가 감소하고 중저가 기타보장성보험 판매가 확대돼 장기적으로 보험 영업 부문의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지만 외형 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주식·채권 운용 부문의 실적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외부환경 변화 때 적정 수준의 이익창출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2011년 3월 동양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동양생명 지분 49.5% 중 46.5%를 보고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 매각했다. 2015년 2월 보고펀드가 중국의 안방그룹에 지분을 매각해 안방보험그룹의 생명보험사인 안방생명보험이 최대주주가 됐다.
2018년 2월 안방그룹이 부실화 되면서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위탁경영을 시작했다. 2019년 7월 안방보험그룹의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위해 안방보험그룹의 자산을 이어받은 다자보험그룹이 설립됐다. 결과적으로 다자생명보험과 다자생명보험의 자회사인 안방그룹홀딩스가 동양생명 지분을 각각 42.0%, 33.3% 보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다자생명보험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모기업을 통한 자본확충은 사실상 어렵다"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